저는 타블로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이러한 소요도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만 (최근 며칠 뉴스를 못 봤더니…), 주요 일간지 사설이 도배를 하는 정도면 큰 사건임에는 틀림 없네요.
조선 중기 예송 논쟁이 생각납니다. 한 여인네 상 치르는 일로 국론이 분열되어 사색 당파끼리 소모전만 하다가 결국 무방비 상태의 전란을 치르지 않았나요 ?
한때의 군사문화적 표현입니다만 불필요한 일, 건설적이지 못한 일에 국력이 소모되면 나라의 앞날이 걱정됩니다. 지금은 배추 농사를 걱정해야 할 때인데..
때로는 우리가 좀 너그럽고 관용적인 사회의 구성원이 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네티즌의 시대 ! 여러분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아니 잊어버리시고 맑은 가을 날씨, 가족들과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SMLee
(중앙일보)
“검찰이 미국 졸업장을 떼는 나라”
첫 불씨는 스스로 당긴 거나 다름없다. 병역 면제에다 캐나다 국적이면 이미 비방(誹謗)의 표적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땅에 SAT(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와 토플에 목을 매는 기러기 부모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도 그는 TV에서 “시(詩)와 에세이로 스탠퍼드와 하버드 대학에 동시 합격했다”고 자랑했다. 도처에 깔린 인화성 물질에 성냥불을 그은 것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난리인 가수 타블로 이야기다. 그는 가벼운 처신으로 비(非)호감을 자초했다.
더 큰 문제는 도를 넘는 네티즌의 공격이다. 온 가족을 검증대에 올려 난도질했다. 인터넷 카페에선 “성적표 공개하라” “출입국 기록 내놓아라”고 윽박질렀다.
타블로 측이 해명 자료를 내놓으면 돋보기를 들이대 또 다른 흠집을 잡아냈다.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분위기가 지배했다.
남의 신상은 낱낱이 까발리면서 인터넷 카페 운영자의 개인정보가 공개되자 “사생활 침해”라며 펄쩍 뛰었다. 균형감각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었다.
논란의 핵심인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느냐’ 여부는 판가름 난 지 오래다. 스탠퍼드 한국 동문회는 정준 회장과 우창표 총무 명의로 “타블로는 분명히 우리 동문이며 고통 당하는 그를 보호해 달라”는 e-메일을 돌렸다. 동문회는 “그와 가까웠던 친구들이 한국말을 잘 못한다”며 직접 수소문한 끝에 대학 시절 사진 3장도 공개했다.
눈밝은 사람이면 중앙일보 8월 29일자에 나온 임정희씨의 ‘타블로 논란의 교훈’이란 글에서 진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임씨가 바로 스탠퍼드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포는 무섭기 짝이 없다. 거대 방송사조차 몸을 사릴 정도다. MBC보도국은 오래 전에 스탠퍼드대 교무처장을 통해 타블로 관련 취재를 끝냈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 반발로 햇볕을 보지 못했다. “괜히 보도했다가 네티즌들의 댓글 폭격을 당할 수 있다”는 신중론에 걸렸다고 한다.
MBC 고위 관계자는 “사실 관계보다 네티즌 눈치를 살펴야 하는 세상”이라며 혀를 찼다. MBC는 도리 없이 PD에게 타블로를 동행시켜 미국 현장 확인까지 마친 뒤에야 ‘MBC 스페셜’을 내보낼 수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인터넷에선 ‘MBC가 타블로에게 매수당했다’는 끝 모를 음모론이 나돌고 있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타블로 사건의 승자는 누굴까? 정작 표정 관리하는 쪽은 따로 있다. 네티즌끼리 물고 뜯는 동안 큰 재미를 본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다.
방문자가 급증하면서 광고도 늘고 주가는 급등했다. 광우병 파동, 천안함 사태 때도 항상 포털들은 돌아서서 웃었다. ‘집단 지성(知性)’이란 고상한 깃발 아래 어김없이 ‘집단 광기(狂氣)’에 편승해 왔다.
장이 설 때마다 그들은 좌판을 깔고 판돈을 챙긴다. 자꾸 참혹한 전쟁 뒤에서 돈다발을 세는 무기중개상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최대 피해자는 타블로임이 분명하다. TV 화면에 눈물 흘리는 모습이 짠하다. 과연 우리 사회의 전체 손익계산서는 어떨까. 서울 중앙지검 배성범 조사부장은 “요즘 인터넷 소송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고 했다.
타블로 사건도 양측이 고소한 만큼 수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배 부장은 안타까운 표정이다. “수사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합니다. 강도나 살인자를 쫓아야 할 수사당국이 혈세로 미국까지 건너가 대학 졸업증명서나 떼는 게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
아마 타블로 사건 수사 결과가 오늘쯤 발표될 모양이다. 수사당국은 카페 운영자가 미국에 사는 50대 남성이란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열심히 수사해도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게 됐다. 결국 그에게 온 사회가 놀아난 꼴이 됐다.
참고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 새 인터넷 명예훼손 사건은 50%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올 들어 5월 말 현재 5690건의 강력사건이 미제(未濟)로 남았다.
수사당국에 살인범을 잡기보다 졸업증명서부터 떼라고 압박한 부메랑을 우리 모두가 맞고 있다. 이래도 인터넷의 악의적 비방을 ‘표현의 자유’ 아래 숨겨둬야 할까.
이철호 논설위원
(한국일보)
타진요에게 사과를 요구합니다
요즘 진지하게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타블로 학력위조 논란이다. 한국적 코미디이고, 영화화할 만한 사건이다 싶다. 힙합 가수 타블로가 과연 명문 스탠포드 대학에서 3년 반 만에 학석사 과정을 마치고 돌아 왔는가?
이와 연관하여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카페가 생기고, 프로그램에서 스탠포드 대학의 지도교수, 친구, 교무과장이 모두 나와 '타블로는 스탠포드 졸업생이 맞다'고 확인까지 해주었는데도 카페 핵심 멤버들은 이 사실을,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 인간에게 '진실'을 요구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진실'을 믿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사회심리학적으로 보면, 이 사건은 1957년 레온 페스팅거가 주장한 '인지 부조화' 이론에 잘 들어 맞는 케이스로 보인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의 태도는 그들이 이미 수행하고 결정한 것에 대한 합리화이며, 행동과 태도가 서로 위배 될 때 (일례로 담배를 싫어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담배를 피웠다면) 사람들은 인지적 일관성을 위해 자신이 이미 저지른 행동에 맞게 태도를 바꾼다.
즉, 어떤 사람이 호기심이든 아니든 타진요 카페에 가입하는 행동을 했다면, 이전에 타블로에 대한 호감도가 중립이거나 긍정적이었던 사람도 자신의 행동에 맞게 태도를 바꾼다는 것이다. (난 타블로를 싫어한다.)
일단 고착된 태도는 어떤 증거 앞에서도 요지부동이기 쉽다. 그런데 타진요 회원수가 자그마치 14만 명이나 된다.
타블로가 했던 말, "사람들이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거잖아요"라는 말은 인지부조화 이론의 핵심처럼 들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타블로가 국내 대학을 나왔어도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타블로가 학사와 석사를 8년 만에 겨우겨우 마쳤다면 어땠을까? 타블로가 스탠포드대를 나와 대기업에 취업해서 최연소 이사가 되었다면?
이 사건의 무의식적 핵심은 타진요 회원의 간단한 인터뷰에 잘 나타나있다. "공부도 안하고 맨날 놀고 무슨 '힙합이나' 하고 다니고, 그러다가 한국 와서 유명해지고" 오 마이 갓.
그러니까 타진요 핵심 멤버는 힙합을 저열한 장르로 보는 것이다. 또한 그는 '나는 죽어라 코피 터지면서 공부하는데 혹은 나도 미국에서 공부 좀 하고 있는데' 타블로의 명문대 3년 반만의 졸업은 이해 되지 않고 마음에도 들지 않는 것이다.
만약 타블로가 스탠포드대 나와서 대기업 최연소 이사가 되었다면 타블로를 인정하고 기꺼이 동지나 우상으로 생각하겠지만 '힙합이나' 한 게 영 뒤틀린다.
결론적으로 타블로는 우리의 '상식'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다. 조기 졸업도 스탠포드와 힙합을 연결한 경력도 다 상식위반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상식은 과연 무엇인가? 상식을 물리쳐 버리고 다음 가사를 음미해 보라. "당신이 세상이던 작은 시절. 당신의 두 손, 내 생의 첫 저울. 세상이 준 거짓과 진실의 무게를 재 주곤 했던 내 삶의 지구본. 그 가르침은 뼈 더미 날개에 다는 깃털." 타블로의 <당신의 조각> 중 일부. 아름다운 가사다.
타진요 카페 운영자는 타블로에게 즉각 사과하라. 한 사람의 인생과 그 인생의 무게에 대해 거짓저울을 갖다 대었고, 진실 앞에서 눈 감는 일을 벌였다.
타블로에게 사과하는 일은 당신들이 당신들의 그림자와 화해하는 일이다. 부디 내면에 소용돌이 치는 인지 부조화를 극복하고 평안을 찾기 바란다.
심영섭 영화평론가·대구사이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