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루팔자
러시아에 전해오는 이야기입니다
어던 부잣집에 마포로 된 자루가 있었습니다.
누구의 것이었는지 모르지만 하인들의 방에서 일용품을 담아두는 지루로 쓰였지요.
그러다 때로는 수건이 없는 사람들이 쓱쓱 발을 닦는 발닦이로도 이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주인이 읍내에 돈받을 일이 있어 가려는데 이 마포자루가 눈에 띄었습니다.
주인은 '옳거니'하고 때에 전 이 자루를 챙겨 가지고 갔습니다.
그러고는 이 마포 자루에 금화를 가득 받아 넣어가지고는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그날부터입니다. 이 마포자루의 신분이 변한것은, 하루아침에 금화 자루가 된것입니다.
그것도 철제 금고속에서 누구보다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주인이 금고를 열 때면 이 금화 자루부터 어루만졌습니다.
행여 다른 사람들이 만지기라도 하면 질겁을 하며 혼을 냈습니다.
자루는 서서히 거드름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자기가 뭇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고 으시댔으며 큰 기침을 했습니다.
주변의 사물들에게 간섭을 하기 시작했고, 시비를 걸어 자기 식으로 고치려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냐."
"네가 무얼 안다고 그래."
"두고 봐, 주인은 내 말대로 할 거야."
다들 멍청한 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누구 하나 대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탐만 할 뿐이었습니다.
한 번은 은장도가 나서려고 하였으나 은수저가 이렇게 귓속말을 하는 통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저걸 마포자루라고 생각하면 안 돼. 금화 자루란 말이야."
그런데 어느 밤이었습니다. 이 집에 도둑이 들어와 금고 문을 부수고 금화 자루를 훔쳐 가다가 금화를 다른 가죽자루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러고는 마포 자루를 길가 뻘구덩이에 처박아 버렸습니다.
이후 한 때 금화 자루엿던 마포 자루의 소식이나 이름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정채봉의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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