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짖궂기 짝이 없는 사회 동생이 보내 준 글입니다.

 

킬리만자로의 백돌이

 


남이 잃어버린 공을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백돌이를 본일이 있는가
새공보다 헌 공만을 찾아다니는 산기슭의 백돌이
나도 헌 공이 아니라 새공으로 치고 싶다.
두 번 만에 파 온 시키고 여유있게 기다리는 고수이고 싶다


자고 나면 자신에 차나 필드만 오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연습장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자신에 찬 쭉빵 샷은 아직까지 없었다
이 연습장의 구석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잘 치는 LPGA 오쵸아도 더블파를 하는데


(
노래)
비싼 돈 주고 왔다가 기분 잡쳐 갈 순 없잖아

스코아 카드는 잘 남겨 둬야지 돈이야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스코아 똑바로 적어라 닥달 마라 그래도 나도 매너는 있다

자꾸 가르치려 들지 마라 마라 나도 불타는 오기가 있다
다만 행동이 따르지 못할 뿐이리


(
대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 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골프 때문이란 건

골프가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네가 잘하면 내가 고독해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PAR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PAR를 사랑한다
너는 Birdie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Birdie를 하고싶다
너는 Eagle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Eagle을 하고싶다
그리고 또 나는 돈도 좋아 한다 하고싶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이 골프인지라
매번 텅 비어 있는 내 지갑에 건배


(
노래)
골프가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스코아에 모든 걸 거니까 외로운 거야
돈과 우정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요구하면 나는 외로운 거야
돈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징조
스코아가 매너보다 앞서는가?
스코아 보다 매너를 사랑해야 골프를 사랑했다 할 수 있지


(
대사)
영원히 연습장 귀퉁이에서 헤맬지라도 나는 싱글의 꿈을 접지는 않으리

매번 지갑이 텅 빌지라도 나는 매너를 지키며 남으리
매번 공이 모자라 숲속을 헤맬지라도 나는 규칙을 지키리
내가 지금 이렇게 헤매는 것도 내가 이러길 원했기 때문이야


(
노래)
그렇게 어려운가 저 높은 싱글의 경지

오늘도 나는 하프팩을 매고
연습장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연습했음에도

그대로 백돌이로 머문들 또 어떠리

.. .. .. ..

 

 

 

'글모음 > 얘기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쾌한 자기 소개  (0) 2015.01.23
너는 누구인가?  (0) 2015.01.22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  (0) 2014.04.03
아버지란  (0) 2014.04.03
며느리 눈치보며 박스 줍는 시아버지  (0) 2014.04.0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