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 최적의 효과
신입사원 시절 같이 입사한 동기가 채 1년도 못되어 퇴사했다. 회사가 적성에 안 맞는 다는 것이 이유. 사실 퇴사 전에 다른 부서와 심각한 다툼이 있었고, 그 일로 회사의 ‘일’ 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퇴사 전 그 친구는 선박 도장을 관장하는 방식설계라는 곳에 근무를 했었다. 어느 날 최종 인도를 목전에 두고 있던 호선에 방식 도장 보완 요청을 받고는 급히 도료를 수배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행하게 자재부에 해당 도료가 있음을 확인하고 불출 요청을 했는데, 한 마디로 거절을 당했다. 외자는 구매부에서 조달을 하는 것이라서, 자재관리부에서 임의로 불출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 해서 급하게 자재구매부로 협조요청을 했으나, 역시 거절을 당했다. ‘외자는 조달기간이 길어 이미 해당 호선이 정해진 자재는 불출이 불가하니 다시 자재구매 요청을 할 것’이라는 답이었다. 갑갑해진 이 친구 이리 저리 방법을 찾았으나, 신규로 발주를 낼 경우 한 달 이상 걸린다는 답이고 보면 갑갑한 노릇이 아닐 수 없었다.
이리 저리 협조를 구하다 못한 이 친구 급기야는 구매부를 찾아가 실무자간 심한 다툼을 벌였다. “너희들만 회사일 하냐?” 그 일이 있은 후 문제의 배는 인도가 된 것으로 보아 자재가 불출이 되었을 것이다. 현업은 현업대로 구매는 구매대로 자재는 자재대로 원칙에 충실하게 일을 하고 있는 부문 최적의 전형이다.
웃지 못할 일이 또 있었다. 한 신입사원이 부문의 다른 부서장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x 형” 운운하다가 혼찌검을 당한 일이다. 부서장과 신입사원이면 그 격이 하늘과 땅이건만 “x 형”이라고 호칭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러나 그 신입사원의 후일담인즉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우리 부서의 4급 사원은 다른 부서장과 동격이다.” 라고 신입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는 것이다.
1994년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전사 혁신 “힘찬 21”을 전개한 적이 있었다. 당시 “내 분야는 내가 최고” 라는 업무 효율 증대 운동을 했었는데, 주변으로부터 많은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렇잖아도 부문 이기주의가 걱정인데, 그 일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내용 설명을 덧 붙여서 부문별 계획을 받아서 추진했던 기억이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우려가 사실은 나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의 문제로만 알고 있다는 것이 정말 문제다. “형제여 남의 눈의 티는 보면서 어찌 네 눈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느냐?” 성서의 가르침이다. 부문 최적의 효과는 ‘부문 이기주의’로 남고 전사 비효율로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이 관행의 유전자는 절대 우성으로 유전이 된다는 것이다.
(2009.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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