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
1994. 12. 6(화)
현실만큼 생생한 꿈도 있는 것이어서 사람을 당혹케 하는 경우가 있다.
다만 공허한 것은 상황들이 실생활에서는 전혀 나의 생활이 아닌 것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북녘 땅 구부러진 철길과 폐허화된 둑길이 내게 그렇게 큰 슬픔의 감흥으로 찾아왔었고, 바다를 낀 동편 도로만 이용 가능하다는 방문 원칙에 아쉬움을 느끼며, 곳곳에서 옛날 어느 시점의 상황들을 만났다.
그렇게 여유롭게 거닐던 환경이 왜 갑자기 바뀌었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일행은 그 산보의 마지막 대목에서 쫓기듯 반대편으로 내달아야 했다. 왜 우리 일행들은 그렇게 나와야 했으며, 얼굴도 모를 그 일행들은 나의 꿈에 어떤 존재들이었을까?
타고 넘던 철책도 그렇듯 위기감을 조성했지만 기실 나의 몸뚱이는 난방 잘된 방에 뉘어져 있었다. 새벽녘의 드센 바람이 잠을 깨우기 전까지는 적어도 서러움과 회한의 북녘 전경이 나의 이상이었고, 꿰어지는 갈고리의 공포가 나의 전부였다. 많은 것을 잃고 되돌려야 하는 처절함이 가슴 에이게 아팠던 몇 날의 기억이 되었었다.
현실의 세시 반은 뻐꾸기 시계가 알려주었고, 내 주변의 모든 것은 낯이 익은 것.
포만감과 같은 것, 온 몸을 더운물에 담그고 앉은 푸근함 같은 것.
그런 것들은 대비 상황에서 더욱 효과가 있었다.
그런가?
꿈과 현실의 경계는...
사랑이라는 말이 지천에 떠돌다 만나지만 그 이상의 단어가 없어 사용 못하는 부류와 상투적인 사랑의 부류가 있겠다.
진정한 사랑의 나눔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평생을 우물우물 ‘사랑’하다가 확인되지 않은 사랑의 정체에 안겨 눈을 감는 사랑의 종류도 꿈속만큼이나 현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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