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 정약용 선생의 장편시라고 소개가 되는 이색적인 시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여름날 술을 마시며(夏日對酒)’ 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무려 1060자에 달하는 212행의 십니다.
이 시는 다산이 강진으로 유배간지 4년째 해인 1804년 어느 여름날 나라걱정과 백성걱정에 번민과 울분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면서
썼다고 하는데, 당시의 갑갑한 시대상을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틈나는 대로 한 연씩 소개 드릴까도 합니다만, 인터넷 검색을 하시면 전문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맨 마지막 그는 이렇게 시를 맺습니다.
沈念焦肺肝 (심념초폐간) / 곰곰 생각하면 속만 타기에
且飮杯中醁 (차음배중록) / 또 술잔이나 들이 마신다네.
시의 중간 중간 그는 술을 마셔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들고 있는데,
그저 따다 놓아도 당시 그이의 갑갑한 심경이 와 닿아 마음 아픕니다.
한 밤중에 책상치고 벌떡 일어나(中夜拍案起/중야박안기)
탄식하며 높은 하늘을 쳐다보네(歎息瞻高穹/탄식첨고궁)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끓어오르니(拊念腸內沸/부념장내비)
술이나 진탕 마시고 무심으로 돌아가 볼까(痛飮求反眞/통음구반진)
인터넷에 이 시를 올리고 해석을 해 준이는 그의 글을 통해 당시 다산의 심정을 이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여름날 견디기 힘든 마음의 더위를 술로 달래며 이 시를 쓴 듯하다.”
견디기 힘든 마음의 더위라는 말이 왠지 코 끝을 아리게 하네요.
글쎄요 견디기 힘든 마음의 추위는 어떨지요?
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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