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의 휴일에 관한 법률은 아주 까다로운 모양입니다.

이제 시작하는 현장임에도 완전 휴무를 해버리는 것을 보니 그렇습니다.

이곳 쿠웨이트에 와서 처음 맞는 금요일입니다. 그러니 얼떨결에 맞는 휴일이 된 거지요.

매일 일어나는 시각인 대략 5시를 전후해서 30분내로 이루어지는 일인데, 어젠 좀 더 일찍 일어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5시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치 우리 어릴 시절 교회 음악 종소리 처럼 뭔 염불같은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그게 이들의 새벽 기도시간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늦잠을 늘어지게 자려던 첫 휴일 계획이 깨진겁니다.

 

할 일이 없이 일찍 시작된 하루는 정말 길었습니다. 책을 보고 테이프도 듣고 그래도 점심시간까지는 아직 한참의 시간이 남아있었습니다.

운동화 질끈 매고 숙소 주변을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말도 아니었습니다.

숙소 주변의 미개발 공터는 쓰레기로 지저분했고, 도무지 걸을 기분이 나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위로가 되었던 것은 그나마 우리나라 수양버드 나무 닮은 나무가 낯설지 않게 반겼다는 것과, 나이지리아에서 보았던 미모사 잎사귀 닮은 나무가 아주 거목으로 있더라는 것 정도였죠.

그러고 보면 사람 별거 아닌 것이 참 빨리 떠나고 싶었던 나이지리아 현장도 향수가 되더라는 겁니다.

대한민국 사내들 자기가 근무했던 부대를 향해서는 소변도 안 보겠다고 나와서, 대충 그 지역에 갈 일이 있으면 들러서 오는 것과 같은 심리현상인 모양입니다.

 

그렇게 무료한 오후를 보내고 점심시간.

오전 중 한 사람도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밥 때를 맞춰 식당을 꽉 채우고 앉았습디다.

난 혼자만 숙소에 있고 딴 사람들은 일 나갔거나 나름대로 어디 놀러 간 줄 알았었지요. 그래서 내심 점심 안 주면 어쩌나 하고 고민을 했었는데...

그래서 받아 쥔 국수 한 그릇 감동있는 점심이었습니다.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고용태부장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시내 구경 좀 시켜주라."

1시에 만나기로 하고 잠시 방에 올라왔는데, 해양에 있는 안병철 부장이 전화가 왔어요.

"뭐 하십니까? 지금 골프하러 가려는데..." 말 끝까지 들을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나 좀 끼워주라." 그렇게 처음 중동지역의 사막골프장엘 가 보았던 거지요.

 

골프장 사실 말이 좋아 골프장이었습니다. 규모는 18홀인데요.

모래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바닥 형편이었습니다. 이건 나이지리아 현장에서 우리가 직접 만들어 운영했던 골프장보다 조금 못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그래도 바닥에 잔디는 아니라도 초록색 풀밭이었던 거지요.

국민학교 시절 시골학교 운동장을 상상하면 딱 맞습니다.

 

그래도 아주 좋았습니다.

우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것과, 너무 빨리 찾아 온 첫 경험의 기회를 가졌다는 것.

사실 그 이상의 요구가 들어가면 그건 욕심이지요.

진리라는 것이 생활과 멀리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아주 겸허하게 감사함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더 감사한 것은 그날 그린 피를 내지 않고 놀았다는 겁니다.

매니져가 인도인인데 어찌 친절하든지 몸소 자기 카터를 내다가 백을 매주고 인사를 몇번이고 하더니 "오늘 귀한 손님은 공짜"라고 하고 는 가네요.

여기 화폐로 8kd가 되니까 약 24불 - 적지 않은 돈 아닌가요?

감사한 마음으로 18홀을 다 돌고 어둑 해진 길을 되짚어 숙소로 왔습니다.

온 몸이 뻐근하네요. 스코어 별로 중요한 건 아닌데... 20오버 했지요. 주변에서 그러네요.

첫 경험치고는 엄청 좋은 스코어라고...

첫 경험이라니요. 나이지리아 사막골프 경력이 있는 사람인데.

하여간 그렇게 첫 휴일을 보냈습니다.

 

점심 먹으러 갈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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