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힌 한 낮의 적막 속에서 (5)

 

크리스마스 무렵 마이트너가 스톡홀름에서 혼자 지낼 것을 염려한 한 부부는 스웨덴 서부 연안에 있는 그들의 휴양지 쿤갈프의 호텔에서 함께 보내자며 그녀를 초대했다. 마이트너의 제의로 조카 로버트 프리시도 함께 초대되었다.

 마이트너가 조카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은 10년 전 조카가 베를린의 열렬한 과학도일 때였다. 그들은 종종 피아노 2중주를 함께 연주하곤 했다. 비록 마이트너가 제대로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악보의 ‘알레그로 마 논 탄토’를 일컬어 “빠르게, 하지만 이모는 제외”라고 농담을 나누며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프리시는 덴마크 닐스 보어의 연구소에서 일하는 전도 유망한 물리학자였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늦게 집에 도착한 그는 과학에 대해 토론을 벌일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아래층으로 내려가 그는 이모가 한의 편지를 읽으면서 의아해 하는 모습을 보았다. 베를린 팀이 실험에 쓴 바륨이 지속적으로 방사능을 배출했는데–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는데–그녀나 베를린의 두 과학자는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베를린 실험실에 있었을 때도 그런 식으로 방사능이 발생했는지 궁금했다.

 

 프리시는 한의 실험에 실수가 있었던 게 아니냐고 말했지만 마이트너는 가볍게 일축했다. 한은 천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수한 화학자였고, 그녀의 실험실에서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 프리시 역시 확신 있게 한 얘기는 아니었다. 그도 그녀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침 식탁에서 그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마이트너가 베를린 동료들에게 제안했던 실험은, 만약 우라늄 원자가 어떤 식으로든 쪼개졌다면 설명될 수 있었다. 바륨 핵은 우라늄 핵의 거의 절반 크기였다. 그들이 탐지하고 있는 바륨이 우라늄이 분열해서 생긴 거라면? 하지만 러더퍼드 이후 핵물리학자들이 보여준 연구에 의하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라늄 핵에는 200개가 넘는 입자들이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다. 그것들은 핵력이라는 엄청나게 강한 핵 접착력에 의해 서로 뭉쳐 있다. 어떻게 새로 들어온 단 하나의 중성자가 그 모든 결합을 끊고 거대한 덩어리를 해체할 수 있겠는가? 옥석에 조약돌을 던져 그 옥석이 둘로 쪼개진다는 것을 믿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하기 위해 눈길로 나섰다. 숲은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스키화를 신은 프리시가 마이트너를 도와주려고 했지만 그녀는 사양했다 (이모는 “스키화를 신지 않아도 신은 것처럼 빨리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 누구도 핵에서 알파 입자보다 큰 조각을 쪼개내었던 적은 없었다. 만약 돌진하는 중성자가 취약한 부분을 쳤다 하더라도, 어떻게 수십 개의 양성자가 단 한 번의 충격으로 떨어져 나갈 수 있을까? 핵은 반으로 쪼개질 수 있는 암벽처럼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수십억 년 동안 전혀 파괴되지 않고 본연의 모습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핵을 순식간에 해체시킬 수 있는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1909년 마이트너는 잘츠부르크의 학회에서 처음으로 아인슈타인을 만났다. 그들은 비슷한 나이였지만, 아인슈타인은 이미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그 학회에서 1905년에 발표한 연구의 주요 부분을 요약 발표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마이트너는 그 강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라지는 질량에서 에너지가 생성된다는 것이 엄청나게 새롭고 놀라워서 지금까지도 그 강의를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지요.

 

 조카와 눈 위를 거닐던 마이트너는 나무 옆에 주저앉고는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제안된 핵의 모형은 보어가 만든 것이다. 친절하고 부드러운 억양의 이 덴마크인은 바로 조카의 고용주이기도 했다. 보어는 핵을 단단하게 용접된 볼베어링 집합체 같은 단단한 고체라기보다는 액체 방울에 더 가깝다고 보았다.

 물방울은 내부의 무게 때문에 항상 터질 것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 터지기 직전의 무게는 핵 속에 있는 양성자들 사이의 전기력과 유사한 것이다. 모든 양성자들은 서로 밀쳐낸다 (두 개의 양전하는 언제나 그렇다). 하지만 물방울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모여 있는데, 그 이유는 강한 표면 장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서로를 밀쳐내려는 전기를 가지고 있는 양성자들을 결합시키는 아주 강한 응집력과 비교될 수 있다.

 탄소나 납처럼 작은 핵에서는 핵력이 워낙 강해서 양성자들을 서로 밀쳐내는 전기력이 핵 속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기의 힘은 강한 핵력을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우라늄처럼 정말 거대한 핵이라면 새로 들어온 여분의 중성자가 그 균형을 깰 수 있지 않을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