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언젠가 얘기 끝에 한 친구가 말했어요. "과거에 찍었던 단체사진을 보니까 이젠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 얘기를 들은 후로는 어쩌다 단체사진을 볼 때면 '이젠 없는 사람'을 찾아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오늘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어제 메시지로 받아 본 '부고' 때문입니다.
친한 후배 어머니의 부고였는데, 근 10년 동안 거동을 못하셔서 본인이 힘들 것은 물론이지만 가족들도 상당히 힘들게 병간을 하고 있었지요.
연세는 있으셔도(93세) 정신이 맑으셔서 아들 아이가 뒤처리 해 주는 건 허락칠 않으셨대요.
며느리 고생이 심했지요.
그래도 참 밝은 표정으로 병 수발을 했던 며느립니다.
내일 모레 쯤 함께 운동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돌연 '엄마 상태가 갑자기 위중해 지셨다' 는 내용과 함께 '죄송하지만 엄마 옆에 있어야 할 것같아 약속을 못지키겠다.' 고 전해왔습니다.
그리고 수 시간 후 돌연 '노환으로 운명을 달리하셨다'는 부고를 받았습니다.
하나님 주셔서 이 땅에서 향유하신 세월이 93년이시니,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 같이 하고도 어머니를 보내드리는 자식된 입장의 헤어짐은 그저 덤덤히 보내 드릴 수있는 그런 상황은 결코 아니지요. 누구나 겪으면서도 그래서 잘 알면서도 정작 그 일이 내 일이 되면 의연할 수가 없는 일
입니다.
얼른 메시지를 넣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 "어머니 곁에 잘 있어드려라." 라고 넣었는데, 이어 이렇게 글을 넣었습니다.
"아우님 어머니 곁은 잘 지키셨어? 이제 돌아가시는 길 잘 배웅해 드리시게. 내일 나도 가서 같이 배웅해 드릴께."
공교롭게도 매일 한 편씩 좋은 글을 골라서 보내오는 단톡방의 글쟁이가 오늘 아침에 '십년 후'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십년 후 사람들은 말합니다.
십년만 젊었더라면 못 할 일이 없을 거라고.
십년만 어리다면 인생을 다시 살아보고 싶다고.
십년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지금처럼 살지 않을거라고...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십년 후의
내 모습에 잘 살았노라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오늘도
사랑하는 벗과
후회없이
사랑하며
즐겁고 행복 가득한
하루 만들어보세요.
저 글을 읽으면서 제 생각은 그랬습니다.
후배 어머닌 다시 더 십년을 기다리시진 않았을거라고,
그래서 가신 날이 다시 소망의 날이 되셨을거라고...
그럼에도 전 그 어머니를 위해 뭐라고 인사를 드려야 할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던데,
그건 우리네 인사는 아닐 것 같아서 입니다.
오늘 세상에 속한 단체 사진에선 또 한 분 알던 분이 없어지셨습니다.
참 고운 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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