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는소문

 

 

 

                                                                 - 길상호

 

 

 

 

  고로쇠 호스를 혈관에 꽂고 오늘은 나무의 맥박으로 눕고 싶어, 수

천 개 푸른 귀를 달고도 너의 말에 넘어지지 않는 뿌리가 필요해, 가

지에 가지를 친 너의 말들을 가지마다 찾아가 가만히 푸른 손으로

틀어막겠어, 그래도 근원을 알 수 없는 말들은 나이테 두루마리에

차곡차곡 새겨놨다가 죽어서도 가져가겠어, 스스로 속을 파내고 관

이 되어 거지 부장품처럼 너의 말들 안치할 거야, 밤마다 유리창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 때문에 너의 잠도 편치 않겠지, 나를 꺾고 싶

은 너의 바람, 그렇게 강도를 낮춰도 소용이 없어. 내게는 온몸에 박

아둔 낚시바늘이 있거든, 가지 끝 푸른 미끼를 무는 순간 파르르 너

의 말들은 낚이게 될 거야, 그러면 너는 온통 푸르게 변한 내 얼굴과

마주해야 해, 조심해! 그 말의 주인공이 너라는 소문이 있어!


 

 

 

 

 

 

 

 

 

 

 

계간 『시작』 2009년 겨울호

'시로 여는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동식혜 - 안도현  (0) 2010.03.23
물고기의 옆구리 - 유흥준  (0) 2010.03.22
중과부적 - 김사인  (0) 2010.03.16
사평역에서 - 곽재구  (0) 2010.03.10
틈 - 이태관  (0) 2010.03.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