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새들은...

1996. 7. 8

사람이고 짐승이고 저 나름대로 살 방도를 갖고 살아가는 것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동물 중에 유독 사람들은 참으로 많은 고민을 타고났다. 아마 지각의 발달정도는 고민의 두께와 맥을 같이 하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 집중폭우로 축대가 붕괴되는 사고가 있었고, 인명사고로 이어졌으니 비가 오면 와서 고민, 가물면 가물어서 고민, 그게 또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양이 아닐른지...

그렇긴 해도 불륜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서 주변의 두 사람을 때려서 죽게 하고, 목 졸라 죽게 했던 강심장은 지금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맛보고 있는 걸까? 그런들 그 유족들의 통탄할 가슴은 또 무엇으로 변상될까?

비가 오면 새들은? 이란 생각은 우연치가 않다. 비에 흠뻑 젖은 새들을 본적이 있는가? 어디에 쓰려는지 부리에는 나뭇가지 같은 것을 하나 물고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날아 옮겨가던 새의 모습에서 살아 있음의 생동감보다는 처연함이 느껴지는 것은 성선설(性善說)에 입각한 仁의 마음 惻隱之心의 발로라고만 하면 너무 학문적이란 생각이 든다.

작년 여름엔가 뻐꾸기의 생태를 촬영한 기자가 큰상을 받았다고 하고, 아파트 단지에서는 파렴치한 뻐꾸기가 자녀 교육상 좋지 않다 하여 뻐꾸기 시계가 수북히 버려졌다고 하던데...

천성적으로 둥지가 없는 그 놈은 또 그렇다고 하고, 대부분이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새둥지의 특성상 비에 대해서는 전혀 무방비 하지 않은가?

물론 가옥구조(?)상 물 빠짐이야 엄청나게 좋겠지만 위에서 내리 붓는 빗줄기에는 어떻게견뎌내랴 싶다. 그도 아직까지 노란 부리에 날개 짓도 못하는 새끼가 있을 양치면 천상 어미새가 품고 있을 일 아니겠나.

괜한 걱정도 꼭 비 때문만은 아닌 듯 하다. 한 두해 겪는 것도 아니고 매년 겪는 일일진대 철새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텃새들은 ‘용불용’이니 ‘진화’니 하는 영향을 받아서 가옥구조를 좀 바꾸어 봄직도 하련만 여전히 새 둥지는 새 둥지다. ‘그것은 자연 아닌가? 이치요 조화고 나름대로 살 방도가 있기 마련이지’ 한다면 참으로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반복적인 불신의 잔재들이 여러 모양으로 나타난다는 현실은 곧 비맞아 날개를 움츠리고 있을 비 오는 날 새의 모습을 연상케해서 답답함이 있다.

얼마전부터 소위 ‘열린경영의 실현’ 이라는 차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정확한 실정 전달이 안되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 이미 알려진 대로 최근 조선시황이 엉망이고 보니 수주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고, 아직은 우리회사의 사업구조상 조선포션이 엄청나게 높다보니, 회사전체가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는 현실을 보면서도,

“또 쇼한다, 임단협을 앞두고”, “조선 경기라는 것은 호황 불황을 늘 겪는 건데 뭘”

“너무 안되는 부분만 부각시키는 것 아냐? 괜히 현장 기죽이고 있어...”라는 반응들 이라고 하니 열린경영이 무색하다.

둥지를 개조할 능력이 없는 새는 새라고 하자. 끝내 닥치고 말 커다란 빗줄기를 맨 몸으로 맞으며 “아하, 그 때...” 라는 후회가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을까?

비가 오면 새들은 피해있을 둥지를 따로 마련하는 지혜가 혹시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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