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


                                                         - 배용제

 


버드나무에서 새 한 마리 날아오르자

나뭇가지가 파르르 떨린다

일순 허공의 거대한 세계가 잠시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다.


제 몸 깊숙이 떨림이 가라앉을 때까지

나무는 천천히 어두워지고 있다


어쩌면 버드나무는 평생

사소한 바람 소리에도 아득히 정신을 놓으며

떠나간 새의 안부를 물을 것이다

속울음 같은 떨림을 끌어안고

오래오래 제 속을 비워갈 저 버드나무

자신의 영혼이 펼칠 수 있는 마지막 날개 같은 것이어서


떨림이란 또 다른 너의 얼룩 같은 것이어서

없는 너를 품는 것이 얼마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지


가슴속 오래 멈추지 않는 울림증,

어느 상한 마음이 머물다 떠나 간 흔적일까

또다시 허공 속 수만의 길을 향해 안부를 묻는다

바람 한 줌이 들여다보는 빈자리마다

주인을 알 수 없는 그림자만 버려져 있다


내 것이 아닌 나를 내가 사용하는 것 같은 죄스러움에

길바닥에 우두커니 세워두지만

어느새 어두운 내 속으로 따라와 웅크린 채


버드나무와 나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잎이 지거나 완전히 늙어버릴 때까지

서로의 떨림을 견주어본다

날 수 없는 날개를 품는 것이 어찌 보면 너무 막막함이라서

 

 

 

해남의 한 호수에 매년 수십만 마리씩 찾아오던 가창오리떼가 올해는 다섯 시간만 머물다가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 일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호수에 고기잡이를 허가하는 바람에 가창오리들에 놀라서 도망갔다는 분석도 있고, 먹이를 찾아서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반론도 있더군요. 저는 가창오리도 아니니까 뭐가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가창오리들이 다섯 시간만에 떠나간 뒤에는 호수 위 하늘도 오랫동안 떨었을 것 같네요. 겨울이면 가창오리떼들이 군무를 펼치던 하늘이거든요. 요즘 텅 빈 하늘이겠어요.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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