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탁번 시인은 좀 특이한 시를 쓰는 시인입니다.

마구 쓴다고나할까?

고인이 된 유명 개그맨 김형곤씨가 코미디 소재로 시를 그대로 쓴 적도 있지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무주 구천동 마을 이장 이야깁니다.

“아따 간 밤에 온 눈은 좃도 아녀.

기억하시는 분들도 꽤 있으시리라…

그 시인의 또 다른 시감을 맛보심도 색다름이 있겠습니다.

저녁 연기 같은 것/ 오탁번


시는 저녁 연기 같은 것이다

가난 하지만 평화로운 마을, 초가집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저녁연기가 바로 시다

해가 지는 것도 모른 채 들에서 뛰어 놀다가

터무니없이 기다랗게 쓰러져 있는

내 그림자에 놀라 고개를 들면 보이던

어머니의 손짓 같은 연기

하늘로 멀리멀리 올라가지 않고

대추나무 높이 까지만 피어 오르다가

저녁때도 모르는 나를 찾아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논두럭 밭두럭을 넘어와서

어머니의 근심을 전해주던 저녁연기

이게 바로 시다

저녁밥을 먹으려고 두레반 앞에 앉으면

솔가지 타는 내가 배어 있는

어머니의 흰 소매에서는 아련한 저녁연기가

이냥 피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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