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불꽃 (3) : 하버드 천문대 뒤쪽에서 일어나는 일들

 

이 친절한 교수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는 여자가 대학원에 진학할 수 없었기 때문에 페인은 하버드 대학으로 떠났다. 그녀는 그 곳에서 더 활짝 피어났다. 두꺼운 모직 옷을 벗고 1920년대 미국식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꾸었고, 논문 지도 교수인 할로 새플리와 유명한 천체 물리학자들을 만났다. 학생 기숙사에 흐르는 자유로움과 대학 세미나의 신선한 주제들은 정말 멋져 보였다. 페인의 가슴은 흥분으로 벅차 올랐다.

그러나 그런 느낌들이 모든 것을 망쳐놓을 수도 있었다. 순수한 정열은 젊은 연구자들에게 위험하다. 만약 당신이 흥분을 느끼는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고 교수와 동기생들의 연구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대개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 방향에 당신이 따라오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연구 성과가 좋은 학생들은 대체로 그런 상황을 피하고 비판적인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그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위대한 과학자들의 행동 양식을 보자. 아인슈타인은 취리히 대학 교수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교수들 대부분이 자신들이 가르치고 있는 주제의 기초에 대해서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따분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페러데이는 그의 종교적인 신념을 배척하는 이론에 만족할 수 없었다. 라부아지에는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모호하고 부정확한 화학에 화가 났다. 페인은 어땠을까?

그녀의 경우, 학교에서 거리감을 갖게 된 것은 그 유쾌한 아이비 리그 동기생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하버드 대학에 와서 얼마 후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친구에게 래드클리프 칼리지 기숙사에 있는 어떤 친구가 좋다는 말을 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깜짝 놀라면서 ‘하지만 걔는 유대인이야!’ 라고 말했다. 이 말은 솔직히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들은 흑인에 대해서도 똑같은 태도를 갖고 있었다.

 

페인은 천문대 뒤쪽의 연구실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1923년에는 ‘컴퓨터’ 라는 단어에 전기 기계라는 의미는 조금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것은 계산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하버드 대학에서 그 말은 뒷방에 있는 한물간 노처녀들의 지위를 놀려대는 말이었다. 그들 중에는 뛰어난 과학적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 중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난 항상 미적분을 배우고 싶었어. 하지만 책임자가 내게 바라는 건 그게 아니었어”), 그 동안 별들의 위치를 측정하거나 이전에 씌어진 논문들의 목록을 만드느라 너무 바빠서 능력이 사장된 지 오래였다. 만약 그들이 결혼한다면 해고될 수도 있었다. 낮은 임금에 대해 불평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리제 마이트너도 베를린에서 연구를 시작할 때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하버드 대학에서처럼 황폐하게 인생을 짓밟는 성차별주의는 없었다. 하버드의 ‘컴퓨터’들 중 몇 사람은 몇십년 동안 등이 휘도록 일해서 10만개가 넘는 스펙트럼을 측정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스펙트럼이 의미하는 바나 혹은 그것이 어떻게 새로운 물리학적 발전에 적용될 수 있는지 이해하는 일은 그들의 역할이 아니었다.

 

페인은 그들과 같은 지위로 떨어질 수는 없었다. 스펙트럼을 읽을 때 선들이 겹쳐 있으면 분명하게 파악할 수 없다. 페인은 교수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선입견에 의존해 스펙트럼 선을 분리하고 있지는 않은가 의심했다. 그녀의 의문이 형성된 과정을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다음의 글자들을 한번 읽어보라.

n       o       t        e

v        e       r        y

o       n       e       w

i        l        l        g

e       t        i        t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not everyone......' 으로 읽기 시작하면 글의 윤곽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세실리아 페인은 1920년대의 보스턴에서 스펙트럼 해석법 개발에 관한 새로운 이론을 접하고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를 결정했다. 페인의 연구는 앞에서 든 예보다 복잡했다. 태양의 스펙트럼 선들은 항상 여러 가지 원소의 파편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청난 온도 때문에 생기는 변형도 있었다.

 

다음에서 제시하는 또 하나의 비유가 페인의 연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태양이 엄청난 철을 함유하고 있었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것은 꽤 그럴듯해 보였다. 왜냐하면 지구와 소행성에는 철이 아주 많았기 때문이다) 스펙트럼에서 모호한 선들은 읽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만약 스펙트럼 선이 다음과 같이 나온다면,

 

t h e y s a i d i r o n a g a i e n

 

이것을 읽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문장을 분석하게 될 것이다.

 

t h e y s a i d I r o n a g a i e n

 

agaien' 이라는 이상한 철자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e'는 분광기의 오류일 수도 있고, 태양의 이상한 반응이거나 단지 다른 원소에서 끼어든 파편일 수도 있다. 잘 들어맞지 않는 것이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페인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그게 실제로 아래와 같은 의미를 갖는 것이라면?

 

t H e y s a i d i r o n a g a i e n

 

페인은 이런 모호함을 풀기 위해 스펙트럼 선들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검토했다.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마치 철을 보여주는 것처럼 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선들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가로로 충분하게 늘려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hydrogen (수소)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을 iron ()으로 읽었던 것이다.

 

페인의 연구결과는 박사학위를 따내기도 전에 천체 물리학자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할 만큼 독창적이었다. 스펙트럼 자료 분석 결과 태양의 3분의 2 이상이 철로 되어 있다는 이전의 이론을 뒤엎고 페인은 태양의 90퍼센트가 수소로 되어 있으며 나머지 10퍼센트도 대부분이 가벼운 헬륨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석했다. 만약 그녀의 이론이 맞다면, 별이 타오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 온 그 동안의 이론들을 바꾸어놓게 될 것이다. 철은 너무나 안정적이어서 아무도 그것이 태양열을 생성하기 위해 E=mc2을 거쳐 변형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소라면 뭔가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보더니스 ‘E=mc2’에서 발췌)

 

차별과 편견과 혹사와 무능, 명예의 전당 하버드 맞나 ? 요즘 서울대에서도 학생들 데모가 심하다죠 ? 개인의 보장된 장래와 심지어 목숨까지 버리면서 사회 발전을 위해 벌이던 민주화 투쟁과 학교 다니기 어렵고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에 스스로의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하는 데모를 비교하면서 씁쓸함을 느끼게 됩니다. 불쌍한 대학생들 내용이 좀 어렵지만 오히려 줄거리의 몸통입니다. 황금 삼일 연휴 잘 보내십시오. S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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