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세월'이라는 단어가 그저 주변에서 듣는 그런 말인 줄 알았는데,

이젠 세월이 그냥 곁에 있는 정도가 아니라 어딘지 모를 내 몸의 한 켠에 착 달라붙어 있습니다.

 

어제 늦은 밤 직장 생활을 같이 했고,

단톡방에 좋은 글을 늘 올려주시는 분께서 예의 멋진 글을 올려주셨습니다.

세월 이야기였습니다.

글 시작에 대 문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중 한 부분을 인용했네요.

  '우리는 익숙한 길 밖으로 내 던져지면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새롭고 더 나은 길의 시작일 뿐이다.

   삶이 있는 한 행복이 있고 우리 앞날엔 더욱 많이 있다.'

 

 그리고 글을 이어갔습니다.

은퇴를 하고 나이가 들어가는 지금 우리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

다가 올 죽음을 생각하며?

30년 뒤에 올지 아니면 50년 뒤에 올지 모르는 죽음을 우리가 평생 일하며 살았던 기간보다

더 길게 날마다 기다리며 노인의 삶 십계명을 되뇌며 살게될까?

날마다 고맙게 '노인의 길'을 보내주는 친구들이 고맙기는 한데,

늘 이렇게 내일 모레 죽을 사람처럼 생각하며 살아도 되는 것일까 하는 물음이 어쩔 수 없이 인다.

죽을 날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행복이 있을까 하는 물음도 일고...

(중략)

흘러가는 시간의 양이나 가치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데, 어째서 지금의 시간은 아무렇게나

내버려도 되는 헐값의 시간으로 여겨야 할까?

 

 답글을 넣었습니다. 짤막한 시 형태로

 

 길은 가지 않는다

 나도 가지 않는다

 

 길이 거기 있는 것처럼

 나도 여기 있다

 

 그래서

 길도

 나도 

 가지 않는다

 

 그저 만날 뿐

 

 길이 그렇듯

 세월과 나 또한

 그렇게 만나고 있을 뿐이다.

 

그 뒤 몇 번의 톡글이 오고간 끝에.

굿 나잇 인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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