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선조들께서 참 잘 만들어 놓으신 것 중 하나가 節氣가 아닐까 합니다.

뭐 농사를 기준으로 정한 24개 절기라곤 하지만 작명도 기가 막히고, 때를 따라 계절이 진행되면서

때론 기다리고, 때론 견디면서 절기를 따라 살아가는 방법도 터득한 듯 합니다.

白露는 24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로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가을이 시작된다고 하네요.

이 때 쯤 밤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한다는 설명이고요.

 직장 생활시절 중동 지역 현장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 나라들이 비가 귀하다보니까 사막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말 그대로 황무지고 광야가 곳곳에 있습니다. 유전도 이런 광야아래서 발견이 되고, 도시가 건설되어도 천상 그런 땅을 

기반 삼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새벽이면 지붕에서 굵은 낙수가 떨어집니다.

통에 받아낼 수 있을 정도로 떨어져요. 아마 그 이슬들이 매일 내려주니 완전 사막화는 진행되질 않고, 낙타며 양을 키울 수 있는 최소한의 초장이 조성되는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그 이슬을 보면서 절기 운운할 운치는 전혀 없지요.

같이 근무하는 분 중에 한 분이 그랬어요.

여기 기후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아주 더운 절기와 더울 절기로...

그러니 밤새 내린 이슬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요.

 

 친구가 보내 준 카톡 글에 백로란 제목의 멋진 시가(한시) 있어서 옮길라고 글을 시작했습니다.

  

  紫燕南歸是金天 (자연남귀시금천 - 보랏빛 제비 남쪽으로 돌아가니)

  水營江邊白鷺宅(수영강변백로택 - 수영강변에는 백로가 깃들고)

  金蓮山月照陋巷(금련산월조누항 - 금련산의 달은 거리를 비추누나)

  今夜寒風草露白(금야한풍초로백 - 오늘밤 찬바람에 이슬이 하얗게 변하겠구나)

 

 강남으로 간 제비, 둥지틀은 백로, 산자락에 걸린 달, 그리고 찬 바람과 하얀 이슬.

지금 하늘엔 가을 구름이 보암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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