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진실은 밝혀질 때까지는 진실이 아니다.
코카콜라 깡통 저금통의 진실은 그랬다. 국민학교 4학년 시절 매주 토요일 열리는 학급회의 시간에 '스승의 날' 선물에 대한 안건이 나왔다.
앞으로 한 달 넘는 기간이 남았으니 성의껏 용돈을 모아서 선물을 하기로 결정을 했고, 모은 용돈은 저금통을 만들어서 보관하기로 했다.
좋은 저금통 코카콜라 깡통 주둥이를 천으로 씌우고 콜라를 마시도록 만들어 놓은 부분에 구멍을 뚫어 임시로 만든 저금통...
매주 학급회의 시간에 모금을 한 후 학급회장의 집에서 보관을 하다가 가져오곤 했다. 몇 주 지난 저금통이 제법 묵직해졌다.
스승의 날이 점점 가까워 온다는 얘기이기도 했고. 최종 얼마가 모금될지는 몰라도 학급 친구들은 참 열심히 모금에 참여를 해 줬다.
모금에 아주 열성적이던 한 친구 이름은 지금도 생각이 난다.
'현대익' 얼굴도 귀티나게 생겼던 기억이다. 그 아이 집은 양계장을 하고 있어서 당시 다른 아이들의 수준에 비해 생활수준이 좀 넉넉한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또 한 친구 '박정욱' 아버지가 약국을 했던 친구다. 내게 도시락을 나눠주는 고마운 친구로 학급회의가 있는 날이면 '선행자표창' 시간에
꼭 이름을 올렸던 그런 친구... 그 친구도 모금에 적극 참여를 했을 것이다.
문제가 생겼다.
집에 잘 보관을 하고 있던 코카콜라 깡통 저금통이 없어진 것이다.
몹시 쪼들리던 살림 중 급하게 돈 쓸일이 생긴 집에서 깡통 저금통을 해체했던 것.
곧 다시 채워주마 했지만... 깡통 저금통은 끝내 다시 채워지질 않았고, 학교에서는 이 일이 문제가 되었다.
선생님 선물을 빙자해서 급우들의 돈을 모금해서 개인적으로 사용한 결과가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선생님은 한 사람 한 사람 불러서 얼마를 냈는가 물어봤다.
교탁 옆에 서서 아이들의 입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난 도무지 변상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금액이 많아지는 것이 두려웠다.
현대익이가 나왔다. 꽤 많은 돈을 냈다고 선생님께 얘길했다.
난 그랬다 적어도 걘 내 편을 들어서 돈을 내지 않았다거나 좀 줄여서 얘기해 줄 것으로...
친구들의 진술 금액이 커질 수록 마음은 무거워지는데, 해결할 방도를 난 갖고 있질 못했다.
지금도 그 날의 그 기억들이 매우 무겁게 남아있다. 금액이 얼마나 되었었을까?
끝내 난 그 모금액을 변제하지 못했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내 변론 "누가 깡통 저금통을 가져갔다" 는 변으로 책임을 면제 해 주길 바랐다.
그 때 선생님은 어떤 판결을 하셨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데, 크게 문제 삼질 않고 '선생님 선물을 위해 모금을 하는 그런 일은
하지 말라' 는 꾸지람으로 사태를 해결하셨던 것 같다. 그 후 4학년 한 학년 남은 기간이 매우 길었지 않았을까 싶다.
그 때 대익이와 정욱이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은 혹시 아직 이 일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 당시 상황 설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내내 고개 숙이고 있던 내 갑갑했던 심정을 혹 알기는 했을까?
"친구들아!
그 때 그 모금에 썼던 코카콜라 깡통 저금통은 진짜 없어졌고, 사정이 매우 어려웠던 우리 엄마가 집에서 키우던 닭을 팔고도
모자란 돈 만큼 충당할 일이 있어서 잠시 쓰고 다시 채워주려고 했음에도 기한내 채우질 못하게되어서 생겼던 일이란다.
모르지 엄마가 담임선생님께는 말씀을 드렸는지... 아마 아닐 것 같구나."
50년 세월 훌쩍 보내버린 어느 날 무겁게 가슴을 짓누르면서 다시금 생각나게 한 그날의 사건은 분명 내겐 아직 쓴 뿌리다.
'친구방 > 나루의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존감이라는 것 (0) | 2017.04.04 |
---|---|
어떤 면접(추억 27) (0) | 2017.02.21 |
하나님이셨네요 (0) | 2017.01.12 |
선생님? 스승님? (추억 25) (0) | 2016.10.18 |
무사히 떨어지다? (추억 24) (0) | 2016.1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