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小滿)

 

               ―윤한로(1956)

 

 

봄 끝물

베란다 볕 좋다 미카엘라

빨강 고무대야에 따슨 물 가득

아버지 발딱 앉혀 닦아드린다

손 씻고 발 씻고 코도 팽 풀리고

가슴도 닦아드리고

이윽고 거기까지 닦아드리니

, 좋아라 애기처럼

보리 이삭처럼

뉘렇게 웃으시네

누렇게 패이시네

그새 울긋불긋 꽃 이파리 몇 장 날아들어

둥둥 대야 속 떠다니니

아버지 그걸로 또 노시니

미카엘라 건지지 않고 놔 두네

오늘만큼은 땡깡도 부리지 않으시네, 윤 교장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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