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퇴직한 지인이 보낸 글> 

 

직장생활 30년 단상

1981 12월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래 삼십 한번째 늦여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처음 울산에 왔을 그 당시에는 이곳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없지는 않았으나 어느새 강산이 세 번이나 변했을 정도로 한 직장에서 보냈던 지난 30년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그간 현대중공업에 바친 열정과 노력 그리고 애정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보람도 컸고 아쉬움도 많았던 길고도 짧았던 30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젊음과 인생을 다 바쳐 일했던 회사를 떠나려고 합니다.

입사하여 30, 염색을 하지 않았다면 머리가 히꾸무래한 60의 나이가 되어 이제 언제 떠나더라도 이상하지 않는 그런 연령이 되었습니다.

떠남에 있어 아쉬움이 없을 리 있겠습니까마는. 때문에 나는 항상 어떻게 사는 것이 보람 있게 사는 것이며

나는 직장에 무엇을 남겼나를 생각해 왔습니다.

이제 직장을 떠나는 시점에 나는 무엇으로 평가를 받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글 중에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라는 짧은 글입니다.

고난의 시간을 이겨낸 열매만이 붉은 빛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섭리일 것입니다.

직장을 떠나면서 지난 30년 동안의 인고의 시간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 동안 직장으로 인해 제가 자아를 실현하고 가족들과 함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만큼 이제는 후배들이 보다 나은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떠나는 것이 도리인 듯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며 떠나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떠나는 것은 두려워하지도 않고 추호의 망설임도 없습니다.

버스 운전사로부터 “종점이니 내리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지금까지 남이 운전해온 제 인생을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즐거이 받아들이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면 좋을 듯 합니다.

나이 60을 바라보면서 지나간 모든 시간들이 제 인생의 소중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요즘처럼 절실하게 느껴본 적도 없다고 하면 이는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막상 떠나려고 하니 이제야 인생의 가치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회사를 떠난다면 하루 빨리 마음 속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또다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인생을 맞이하는 것이 오늘의 이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일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한 회사에서 청춘을 보내다시피한 직장생활에 늘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셨던 어머님이 계셨고 제가 책임져야 할 아내와 자녀들도 있었고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매일 매일 다짐하듯 살아온 30년 직장생활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큰 딸과 작은 아들은 모두 훌쩍 커서 객지에서 건강하게 생활을 잘 하고 있으며 몇 년 전부터 집에는 아내와 단 둘이서 오붓하게 지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떨 때는 여행을 다니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야외로 사진찍으로 나가기도 하며 또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에 카트기를 끌고 다니면서 양말도 고르고 외식이랍시고 짜장면이나 아구찜을 먹기도 하고 그러면서 요즘은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생활이 활력소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조금씩 그리고 꾸준하게 적었던 일기 같은 수필들을 모아 세상에 내어놓으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만으로도 직장생활은 저에게 유익한 것 이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를 떠난 후에도 계속하여 국내외 여행을 하면서 사진도 계속하여 찍으며 집필 활동도 해나갈 계획입니다. 그 속에 담긴 글과 사진이 바로 제 자신의 인생을 반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직장생활에서 하고 싶은 일은 한 점의 후회도 없이 다 꾸려나갔습니다.

그리고 창피하지도 않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그저 회사에 고마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지난 30년 묵은 때를 씻고 떠나는 것이 오늘의 개운하지 못한 이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라는 나름의 생각도 듭니다.

일을 하다보면 어떨 때는 다투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큰 호응으로 생산성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미리 챙기지 못해 문제가 터진 후에야 발 등의 불을 끄느라 허덕대다 보면 때로는 짜증이 나기도 하고 싫은 소리로 일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것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일 때문에 빗어진 것이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회사를 떠나지만 마음은 언제나 현대중공업을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더욱 더 성실하고 멋진 사회생활을 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을 해봅니다. 입사하여 30, 이제 떠나면서 모든 것을 접지만 앞으로의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 또 다른 꿈을 그려보니 지금 이순간이 정말로 어느 외국영화의 제목처럼 “이 보다 더 좋은 순 없다 as good as it gets” 입니다. 이제 기쁜 마음으로 떠납니다.

지금까지 쌓여 있던 모래만큼이나 깊었던 근심을 떨쳐버리고 홀가분하게 떠납니다. 

현대중공업이 지금까지 발전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30년 후의 사람들이 지금 현대중공업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접하게 될 당시에는 현대중공업은 지금보다 더 멋지고 근무하기 좋은 훌륭한 모습을 갖춘 회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지금은 곁을 떠나셨지만 저를 있게 해 주신 어머님께 감사드리고 여러가지 배려를 베풀어주신 회사와 오랜 세월 함께 해 준 직장 선후배님들과 지금의 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함께 연락을 주고 받고자 할 때는 언제든지 이메일(jhjango@naver.com)이나 휴대폰(010-9323-0171)으로 연락을 하면 좋을 듯 합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요.

 

2012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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