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가 바로 저긴데
노산 이은상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위적 거리면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수는 없다.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한 조각 심장만이라도 남거들랑
부둥켜 안고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새는 날 핏속에 웃는 모습 다시 한번 보고 싶다.
* 자유문학 창간호(1966년 5월)에 발표된 시다.
고지는 통일에 대한 숙원을 의미하며, 통일을 염원하는 민족의 의지를 읊은 시라도 정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를 알고 외우는 사람들도 이젠 이 시가 통일을 염원하는 민족의 의지를 읊은 시의 의미로서 보다는,
뭔가 굳의 의지로 마무리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을 때 인용하곤 한다.
그저 전해 들은 얘기지만 청마선생의 바위에 대해 후일 정말 바위가 조국 광복의 염원을 의미하는가? 라는 문제를 놓고
작자와 직접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정작 작자는 "그냥 바위다." 고 얘기했다고 한다. 시는 그래서 굳이 시의 사상을 캐어 정의하고,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감흥 그대로 각자의 느낌으로 감상하는 것이 오히려 좋을 듯 하다.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처럼...
시를 특별한 사람들의 영역으로 구획을 하지 않고, 일반 대중 속에 숨쉬게 하는 방법일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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