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에 부닥쳤을 때 문제를 보는 시각이나 대처 방안이 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정도가 심하게 되면 공동의 목표를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마찰음이 생기게 되기도 하지요.
건설공사 현장은 확실히 남자들의 땀과 고함이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어제까지 없던 것이 하루 저녁새 불쑥 올라와 앉아있기도 하고요.
맨 땅을 파고 엎고 깔고 뒤짚으면서 마치 캔버스에 색을 입혀서 대작을 완성해 가듯 아직은 보이지 않는 그림의 조각들을 맞추어 가는 모습들이 신기하기도 하지요.
현장 경험이래야 일천하지만, 먼저 있었던 현장에서 못 느끼던 감흥을 이곳에서 느낍니다.
감흥이라기보다 뭔지 표현 못할 야릇한 건데요.
삼국인들을 보면서 느끼는 겁니다.
큰 현장이라고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고작 20여명입니다. 현장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죄다 삼국인들이지요. 현장에서 삼국인이란 한국인을 제외한 나머지 나른 나라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물론 발주처는 여기 포함되지 않고요, 조인트 벤처사도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나이지리아에 있을 때도 그 나라 사람들은 현지인으로 기타에 해당되는 삼국인이 아닌거죠.
부임전 쿠웨이트는 상거래나 비즈니스 관행이 썩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국민소득이 40,000달러를 넘는 나라거든요. 땅 덩어리는 작아도...
게다가 국민종교를 가지고 있는 나라니까. 적어도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양식은 갖추었을 것으로 봤던거죠.
한마디로 실망입니다. 그래도 장관이라고 하는 사람이 건설회사의 업체승인 문제를 놓고 뒷 돈을 요구하면서 승인을 안 하는 형편없는 매너를 보이고 있습니다.
막판에야 계약자나 책임있는 정부부처의 장관으로서 공기를 지키지 못한 책임을 같이 져야 할 입장이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거절 당한 우리 입장이 갑갑한거지요.
문제는 그 현상을 놓고 협의를 진행해 가는 우리 쪽 사람들의 단편적이고, 감정적이면서도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는 것 같은 대책논의 입니다.
"서브 컨트랙터로서 인정하지 않으면 기왕에 투입된 업체니까 직영으로 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
방법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 최선일 것인가 하는 것에는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다행한 것은 "신중을 기하고, 먼저 배경을 살펴서 저들으 거부이면에 금전적인 요구보다 더 한 것이 깔려 있는지 아닌지를 살펴보고, 가장 큰 문제가 금전적인 문제라면 그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순리일 것이다. 대립적인 입장으로 우리 페이스로 끌고 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은 맨 마지막 단계의 선택이다. 왜냐면 이건 이제 첫발이고, 아직 똑 같은 과정이 5~6회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는 내 의견에 동의를 해 주는 사람이 있더라는 것입니다.
저지르고 보자.를 혹 현대정신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뒷 상황을 보지 않고 순간 순간 일을 저지르면서 요행수를 바라는 것이 현대정신이었을까요?
잘 못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말하지요. '무대뽀'라고...
천만에요. 될 수 있다는 신념이 있고, 앞선 계산에서 남보다 빨리 계산을 끝내고 대처할 수 있었던 의사결저의 과정이 현대정신의 본질이었던 겁니다.
점점 그 과정을 잃어가고 있는거지요. 아쉬운 것은 퇴색되어 가는 현대정신이 아니라. 발현되지 않는 현대정신인 것입니다. 그 이유는 정신의 본질에 대한 잘 못된 이해에서 비롯됩니다.
일을 하려고 나왔으니 일을 해야지요. 없었으면 좋겠다 싶은 일이 터졌네요.
그도 결국은 일인 거지요? 한 이틀 기다리다 보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결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오늘 저녁엔 좀 이른 잠자리에 들까 봐요. 누가 아나요? 좋은 꿈을 꾸게 될지...
그러고 보니까 최근엔 거의 꿈도 꾸지 않은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