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 않는 방
누군가 찾아달라고 요청을 한 바가 없는 방을 만들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이야기지요.
그 때 멋진 회사를 직장으로 갖고 있었던 터라 개인 신용상태가 특급이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요즘 작은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은행 문턱?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옛날 생각이 많이나는 그런
신용상태가 된 모양입니다.
소상공인 정책금융을 신청하려 갔는데도 그게 해 준다는 입장하고 받는 입장이 영 달라서, 원하는
정도의 금액에 1/3 못미치는 금액을 받는 데도 절차가 까다롭기 그지없었습니다.
하여튼 그 시절 젊기도 했거니와 신용상태도 좋았던 그 시절,
우린 젊음의 정의로움을 제대로 표현하여 회사 경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용기있는 '경영참여인이
되어보자' 라는데 의기가 투합해서 6명의 생육동지를 결성했습니다.
사육신의 충성된 죽음에 이르지는 못할지라도 '살아서 제대로 갈 길을 제시도 하고, 일을 통한 실질적인
조직의 발전에도 기여하자' 라는게 모임 결성의 동기였지요.
인트라넷을 통한 경영제언, 청년중역회 멤버들과 함께한 '뿌리 찾기 워크 샵' 등 꽤나 굵직한 시도를 했습니다.
특히 당시 대표이사님의 전격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되었지요.
퇴근 후 허름한 우리의 아지트(생맥주 집)에서의 토론도 참 다양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그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글로 토론할 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다음 카페'를 만들었지요.
각 인의 호를 딴 방을 따로개설을 해 두었고요.
그런데 예상보다는 참여가 저조했습니다. 아마 말 하기보다는 글 쓰기가 더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열심히 글쓰기에 참여했던 친구는 대학으로 옮기면서 '그 동안의 글들을 삭제해달라.' 는 요청을
하기도 했지요. 그런 저런 이유로 이 방은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방' 이 되었습니다.
뭐라나요? 카페 환경도 바뀌어서 다음 카페에서 티스토리로 옮기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환경도 바뀌긴 했고,
요즘 개인 SNS 등 방법을 통해 자유롭게 의사 개진을 할 수 있는 여건이니 모임의 필요가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긴 해도 오랜 세월 지켜온 내 기록의 귀한 방이라서, 열심히 지키고 있습니다.
아마 세상에서 내 존재를 지워야 할 날에는 내 귀한 기록들도 함께 지워야 하겠지요?
빈 방.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