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격려 현수막
내일이 2924년 수학능력 시험일입니다.
매년 수능일에 추위가 심했던지라 한 주인가 시험일을 당긴 것이 효과가 있는지, 이번 수능일은 큰 추위가 없다니
다행입니다.
누군가의 수능 격려 현수막엔 정확하게 올 수능 응시생 수를 적시하고 있었습니다.
'540,588명 수험생 여러분들을 격려한다' 고 말이지요.
우리들 때는 예비고사라서 '그간의 수업 성취가 대학 수업을 잘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는가' 를 가늠할
용도의 시험이었습니다.
뭐 그 때도 모순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역별로 나누어서 2개지역을 선택하도록 하는 참 기이한 제도로 운영이 되었었거든요.
대한민국 전체 수준을 놓고 기준점을 정해서 당락을 결정하고, 그 후에는 본인의 노력도나 실력 정도에 따라 대학별 본고사에 응시를 하도록 하면 될 일이었는데. 그렇질 않았어요.
제가 알기론 당시 제주도가 제일 낮은 점수로도 합격을 할 수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딩시 제주도민들은 왜 아무말도 안하고 있었나 모르겠어요.
하여튼 12년 학업의 결실을 단 한방에 쏟아부어야 하는 시험인건데, 서울에 있는 대학엘 가려면 꽤 높은 점수를 받아야
했습니다. 당시 만점이 체력장 20점을 포함해서 340점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아마 200점 이상이라야 합격점이었지 싶어요.
근데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당락이 결정되면 그 때부터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을 선택해서 본고사 준비를 하면 되는 그런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때나 요즘이나 서울대는 남다른 기준을 요구했어요. 총 5과목을 보면서 다른 대학에서 치르지 않는 제 2외국어도 시험과목이었습니다. 연, 고, 서강대...를 포함 이른바 전, 후기 명문대학들은 시험과목이 4과목이었고,
수학을 포기했던 학생들도 나름 선택할 대학들이 있었습니다.
요즘 같은 기준으로 보면 그들 대학도 다 ' in 서울' 이니까 요즘 기준으론 높은 수능성적을 요구하는 대학들인거죠.
그 시절은 학교를 상징하는 뱃지가 있었는데(요즘도 있겠지요?)
아카데미를 상징하는 서울대 뱃지, 비슷한 모양인데 바탕색을 달리쓰던 경쟁대학 연, 고대 뱃지, 은행잎 상징의 성대뱃지... 등 등.
이 뱃지들은 본인이 대학생임을 나타내는 신분증이자, '나 여기 다녀요.' 라는 자랑스러움의 표징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뱃지를 달고 다니지 않는 그런 대학도 없지 않았습니다. 비교되는 게 싫었던거죠.
어렵더라도 이런 비교의식 같은게 좀 없어졌으면 좋겠는데,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수능일을 맞은 거리 풍경을 말하려다가 엉뚱한 데로 얘기가 흘렀습니다.
오늘 아침 풍경입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현수막에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의 격려문구가 펄럭였습니다.
전 올해 그걸 처음 보는 풍경이었습니다. 작년부터 있었을라나?
전엔 저런 류의 현수막이 없었어요.
그저 학교에 후배들이 써서 걸은 현수막과 학교에서 제작한 격려 현수막 정도가 있었지요.
하여튼 대한민국의 장래인 학생들에게 화이팅을 외쳐주는 건 참 좋은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만,
뭐랄까 좀 정치적인 속이 보인달까?
특히 내년 4월을 겨냥한 의도된 플레이 같더란 말씀이죠.
이제 딱 그 친구들이 선거권을 갖게되지 않았나요?
지난 총선? 대선? 때 부턴가 말이지요.
뭐 그런 속셈은 아니었길 바랍니다만,
아주 오래전 3당이 경합하던 시절. 김동길 교수께서 정치세태를 비꼬았던 한 마디가 생각납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부니까, 어제까지 나요 하던 사람들이 연합이니 뭐니 하는 판국 속에서, 1번 현수막이 2번 현수막하고 붙었다 떨어지고, 3번 현수막이 1번하고 붙었다 떨어지고, 붙었다 떨어지고 붙었다 떨어지고..., 이게 뭡니까?"
진정한 격려이길 바랍니다, '2024 수능 응시생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