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이야기(옮김)
우리가 '瞬息間(순식간)'이라고 자주 쓰는 瞬息(순식)은 아주 짧은, 작은 수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그냥 막연히 작은 수가 아니라 구체적인 수 단위이다. 10의 17제곱 분의 1이다.
얼마나 작은 수인지 어림이 잘 안 된다.
또 '찰나(刹那)' 라는 표현도 자주 쓰는데, 이 찰나는 또 '순식'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길이이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쓰는 소수점 이하의 단위는 분(分), 리(厘) 정도까지가 고작이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 쓰이건 말건 간에 10의 21제곱 분의 1까지 수가 매겨져 있는데,
그 단위들을 순서대로 훑어보면,
분(分), 리(厘), 모(毛), 사(絲), 홀(忽), 미(微), 섬(纖), 사(沙), 진(塵), 애(埃), 묘(묘), 모호(模糊), 준순(逡巡), 수유(須臾), 순식(瞬息), 탄지(彈指), 찰나(刹那),\
육덕(六德), 허공(虛空), 청정(淸淨) 순이다.
마지막 수 '청정'을 아라비아 숫자로 표현하면 소수점 밑에 '0'이 무려 스무 개나 붙고 1이 나오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작은 숫자이다.
위에 열거한 아주 작은 수의 단위들이 아주 짧은 시간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1초의 몇 분의 몇이라는 구체적인 단위가 아니라 약간 막연히 '눈 깜짝할 사이' 라는 뜻을 담고 있다.
'수유' 는 일상용어로는 잘 쓰이지 않지만 한자어를 많이 쓴 문학 작품 같은 데서는 어렵잖게 만날 수 있는 말이다.
'순식'은 뒤에 한 글자를 더하여 '순식간' 또는 '순간'으로 많이 쓰인다.
이 말은 일상 용어로 많이 쓰기 때문에 낯설다는 느낌이 없을 것이다.
다음 '탄지'는 '탄지지간(彈指之間)' 이라는 말로 쓰인다.
그러나 널리 쓰이지는 않는다.
'찰나(刹那)' 는 범어(梵語) 'Ksana ' 에서 온 말로서 '순식간' 과 함께 짧은 시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지금까지 아주 작은 수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면, 이젠 무한히 큰 수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가장 큰 숫자는 기껏 '조(兆)' 단위이다.
물론 천문학 같은데서는 엄청난 단위의 숫자를 쓰겠지만 일상에서 들어 본 바로는 국가 부채규모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경우
100조, 400조 정도가 가장 큰 숫자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조'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숫자의 단위 중에서 초보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억' 의 1만 갑절이다.
그 다음 계속 해서 1만 갑절 단위로 '경(京)', '해(垓)', '자(자)', '양(穰)', '구(溝)' '간(澗)', '정(正)', '재(載)', '극(極)' 까지 이어진다.
무량대수를 아라비아 숫자로 쓰자면 1 다음에 동그라미(0)를 88개나 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