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방/나루의 방

어떤 면접(추억 27)

날우 2017. 2. 21. 13:59

  어떤 면접이라고 제목을 정하고 글 줄을 정리하고는 있는데, 그 면접 이전에 어떤 채무가 먼저 있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병역의무를 마치고 나서는 진짜 스스로 먹고 살 궁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우선은 거처가 문제가 되었고, 그 다음은 최소한의 수입이 있어야 했다. 해서 궁리 끝에 하숙비와 구직에 필요한 최소 경비를 포함해서

33,000원을 외갓집에서 빌렸다. 근데 그 돈을 갚았는지 안 갚았는지 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 수입여건상 그 돈을 갚았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수입이 확보된 적이 없었던 까닭에서다. 그럼에도 난 그 돈은 틀입없이 갚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입증할 길이 없으니...,

하여간 하숙비는 한 방을 네 명이 나누어 쓰면서 한 달에 25,000원 이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후덕해서 잘 대해 주셨다.

친구를 통해 문래동에 있는 공장에 우선은 취직을 했다. 일주일 주야 맞교대를 하는 근무조건이었다. 시급(時給)이 어떻고 능률이 어떻고를 그 때

처음 알았으니 친구에 비해서는 참 호사를 부리면서 컸다. 그 때 그 친구가 하던 말이 "넌 이 일 못해."

그 친구와 난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 마음의 짐이 어땠었든지 간에...


첫 봉급이 28,000원(?)

하숙비 25,000원을 제하면 3,000원이 남는데, 난 하숙집 아줌마를 위해 딸기 1,000원 어치를 사들고 호기롭게 들어갔다.

"첫 봉급탔습니다."

그 길로 그 회사와는 인연을 끊었다. 뭔가 나를 위한 다른 일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까닭이다.

군 생활을 같이 했던 친구가 적극적으로 구직 알선을 해 주었던 덕에 종로에 있는 아주 깔끔한 회사에 면접을 보러갔다.

면접은 진지하게 이루어졌고, 면접이 끝난 후 안내를 맡은 직원이 면접결과 쪽지를 건네면서 말했다.

"다음 주엔 사장님 면접이 있으니까. 정장 차림으로 오십시오."

그 때 내 복장은 골덴 컴비에 회색 섹션 바지, 그리고 살색 남방으로 유일한 외출복이었다.

해서 "이 복장으로는 면접이 안 된다는 겁니까?" 했더니 의아한 듯 바라보던 직원이 꽤나 친절을 베풀면서 설명을 했다.

"아래 위 동일 색상으로 한벌 갖춰입고, 와이셔츠에 넥타이 매는 것이 정장입니다."

그 뒤로 정장을 빌려 볼 양으로 이곳 저곳 수배를 해 봤지만 당시 내 친구들 살이로 이렇다하게 정장을 갖춘 친구들이 없었다.

결국 사장님 면접을 포기했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하는 것은 그냥 가서 사장님 면접을 청했으면 설마 거절이야 당했을라고...,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 세상을 몰랐거나 용기가 없었거나..., 아마 지금이라도 난 같은 결정을 했을 것 같긴하다. 천성인걸 어쩌랴.


사실은 다른 면접 얘길 할라고 시작했던 건데...

다른 면접얘긴 다음 번에 정리해서 다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