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강아지 얘기
처음 이곳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현장 전역을 활보하는 들개들 때문이었습니다.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은 그 개들은 약한 모습을 보이면 떼로 덤비는 습관이 있다고 겁을 주었고요.
개설되는 건설 초기 현장은 운동할 장소도 시설도 따로 없기 마련이지요.
저녁밥을 먹고 밤이 깊기까지 긴 시간의 무료도 달래고 운동도 할겸,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아직 제대로 닦이지 않은 길을 따라 걸었던 기억도 벌써 오래 전 일이네요.
막대기는 혹시 당할지도 모를 들개들의 습격 때문이었습니다.
어느 날 이 들개 중에 한 마리가 강아지를 6마리나 나았어요.
먹이가 변변치 않을 것 같아 몇번 먹이를 주고, 후일을 위해 강아지가 거주할 개 집도 마련을 해 주었지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니까 사람을 따르데요. 밥을 주는 사람...
이젠 강아지도 제법 커서 현장에 개가 더 많아졌어요.
급기야는 개를 몰아내야 할 지경까지 간겁니다.
해서 선택한 수단이 먼저 강아지들을 잡아서 밖에 개장을 짓고 그리 몰아놓자.
그리고 옆에 개장은 문을 열어 놓고 음식을 주게되면 큰 개들도 개장으로 모일 것이다.
놈들이 어느 정도 익숙해 지면 개장문을 잠그자.
결과는 대 실팹니다.
개들이 웃을 작전이었어요.
여보란듯 현장을 활보합니다.
근데 강아지는 6마리 중 세마리는 생포에 성공을 했고,
개장으로 넣어서 키웠었는데,
놈들 중 가장 건강한 강아지- 우린 그 강아지 이름을 '강일'이로 붙였습니다.
강이, 강삼, 상사, 강오, 강육...
아쉽게도 그 놈이 어느날부터 비실거리면서 먹질 않고, 눈꼽도 끼고 그러길 한 일주일 지나더니,
몰골이 말이 아니게 바뀐겁니다.
개 아범이(캐터링 담당하는 사람을 그렇게 부릅니다.) '저거 아무래도 병걸린 것 같으니 격리합시다." 해서 따로 꺼내서 묶어 놓았는데도 상태가 호전이 안되데요.
물을 먹고 토하고...
어느 날 이 녀석이 목줄만 남기고 없어진겁니다.
죽은 줄 알았지요.
한 이틀 있다가 다시 나타났는데요. 왼 쪽 발을 크게 물려서 나타났어요.
아마 일행에게 돌아갔다가 따돌림을 당한 것 같아요.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있나요?
놀라운 변화는 그 날부터 이 놈이 다시 먹기 시작했어요.
그로부터 일주일 다시 털에 윤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끼리 얘길했지요.
"아마 이놈 형제들에게 무참하게 당하고, 꼭 살아야겠다고 이를 간 모양이다. 그러니 저만 있는 구석을 찾아서 '와신상담' '절치부심' 이를 갈면서 먹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 그놈 이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와신이로.
근데 먼저 부르던 이름이 예뻐서 그냥 강일이가 더 많이 불리는 이름입니다. 아직은...
거의 죽었다가 살아 난 이놈이 또 며칠 있다가 뒷 다리를 절면서 나타났는데,
거기도 험하게 물렸어요.
아마 그래서 개 같은 놈이라고 하는건지.
몇 날 떨어져 살았다고 제 형제를 무리에서 받아 주질 않는 것 같네요.
그래서 놈을 씩씩하게 키우기로 했습니다.
멋지게 커서 일군을 이끄는 개 두목이 되라고...
아마 이 현장 일을 끝내고 갈 즈음이면,
일군의 제 가족을 이끌고 당당하게 현장 주변의 모래밭을 뛰고 있을겁니다.
한 3년 여름을 잘 버텨주기만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