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세상

작별(오탁번)

날우 2016. 1. 20. 13:24

작별


오늘 아침 그대들과 작별하고 싶다
꿈꾸며 바라본 설핏한 저녁 노을
진토닉에 몸을 푸는 빨간 체리
서해바다 노을 한강까지 밀어올리며
얼음 밑에서 겨울을 나는 누치 한 마리
그대들과 선선히 작별하고 싶다
미끈미끈한 비늘도 모두 흩어지고
목마른 입술 닿은 종이컵도
재활용 봉투 속에서 잠들고 있다
첨탑에서 종소리 아득해질 때마다
내 눈썹 시리게 한
생애의 벼랑도
뜨거운 알코올 목구멍에 쏟아
나의 욕망 연소시킬 불씨도
이젠 그만 사그라지면 좋겠다
아무리 불러봐야 메아리도 없는 아침
떠나간 빈 자리 메워줄 슬픔 하나로
텅 빈 자리에 호젓이 남고 싶다
면도한 두 볼에 스킨로션 바르고
구겨진 넥타이로 목을 감고
죽어가는 관절 일으켜 세워
그대들과 절뚝거리며 작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