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현장일기

임기 마치고 복귀 합니다.

날우 2014. 6. 16. 10:11

Sent: Sunday, July 29, 2012 5:22 PM
Subject: 임기 마치고 복귀합니다.

 

꽤 오랜 기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현장 부임하던 날 못내 아쉬워 하던 집사람 얼굴이 마치 그때 인양 새삼스럽게 생각납니다.

사지(死地)로 가는 것도 아닌데 다시 못 올 길을 가는 서방을 배웅하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주변의 만류 또한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이유인즉 발주처가 보통 깐깐하지가 않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때 한번 여유를 부려봤었습니다. “누구라도 가야 한다면 내가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떠나온 길 이었습니다.

임기가 2012 7월 말까지로 된 발령을 받았으니까 짧은 기간은 아니었네요.

 

부임 첫해 비가 참 자주 내렸었습니다. 현장 주변은 가로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주처에서 전기를 공급하지 않는 듯 깜깜절벽이었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현장은 진흙 구덩이가 되기 일쑤였습니다.

위안 삼은 것은 그래도 한국에 비해 맑은 밤 하늘에 한국의 그것보다 더욱 크게 매달린듯한 보름달이었고, 제가 첫 부임을 하던 그 날도 보름달이 커다랗게 떠 있었습니다.

 

걸프만을 가로질러 바라다보이는 쿠웨이트 시티의 야경은 오히려 외로움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한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도 잠시 본격적인 공정이 시작되면서 현장 유입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공사도 눈에 띄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어제 본 현장과 오늘 본 현장이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점차 발전소 윤곽이 잡혀나갔고, 주요 이벤트가 있게 될 때마다 그 일을 자랑스레 여기면서 다음 공정을 진행시켰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첫 이벤트는 First Concrete Pouring 이었습니다.

시멘트를 붓는 일이 그렇게 즐거운 일인 줄 몰랐었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이해하고 있는 많은 현장 이벤트를 열거하기에는 제 전문성의 한계를 느낍니다. 그런 일들이 있어 일군 오늘날의 사비야 CCGT현장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현장을 거쳐가셨고, 아직도 많은 분들이 여전히 현장을 지키셔야 하는데,

먼저 현장을 떠나게 되는 것이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공사 만료가 가까워졌다는 것으로 위안 삼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현장이 될 것입니다.

그런 만큼 함께 고생을 했던 분들 또한 오래 기억될 겁니다.

 

그 동안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특히 바지가 흥건히 젖도록 현장을 따라서 돌게 해 주셨던 소장님께 감사 드립니다.

현장에 대한 이해가 많이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때론 부족함이 있었을 수 있음에도 항상 수고를 치하 하시면서 엄지 손가락을 들어 올려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전무님께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많은 일들이 산적한 가운데도 “쿠웨이트에 오면 마음이 편해.”라시던 모습은 감사를 떠나 가슴을 적셔 내리는 아릿함이 있었습니다. 달리 어려운 현안에 큰 도움을 드릴 수 없었던 까닭입니다.

 

2년하고 8개월의 긴 얘긴데, 몇 줄 글로 인사를 다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좋은 인연으로 언제 어디서 만나도 다시 반가운 얼굴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전 오늘(7 29) 귀국길에 올라 내일(7 30) 한국에 도착합니다.

혹 전하실 글이 있으시면 개인 메일 yuihnk@naver.com으로 메일 주시면 되겠고,

전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010 9709 2331로 연락을 주시면 되겠습니다. 아마 한국에 가면 우리 현장지원부서원들이 정성으로 선물해 준 삼성 갤럭시Ⅲ로 통화를 하게 될겁니다.

 

꽤 오랜 기간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이 현장의 2 8개월은 개인적으로 소중한 기억을 담뿍 안고 돌아가는 정든 현장의 짧은 기간으로 여겨집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오.

 

사비야 CCGT 현장 지원부장 김유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