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의지 아닌가요?(2)
적극의지 아닌가요?(2)
현대그룹은 전통적으로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를 실시해 왔다.
현대 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만큼, 그 연원은 아마 현대건설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바닷가로도 가고 산으로도 가고…
당시 사장에서 회장으로 또 명예회장으로 그룹의 규모를 키워가시던 창업주께서는 꼭 신입사원 하계 수련대회에 참석하셔서 특강도 하고, 신입사원들과 어울려 힘 자랑도 하시고(씨름, 팔씨름), 저녁 프로그램에서는 노래도 한 두곡 뽑아 주셨던 모양이다.
현대중공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하계수련대회는 독자적으로 진행이 되는데, 현대중공업의 경우 동해바다 풍광 좋은 ‘장사 해수욕장’을 꽤 오랫동안 하계 수련대회장으로 이용했었다.
현대중공업의 하계 수련대회는 영덕면에 소재한 장사리 일대를 들썩이게 했다. 그도 그럴것이 대형 텐트로 모래사장의 절반에 가까운 장소를 차지하고,
그야말로 선남선녀들이 바닷가에 어울리는 짧은 단체 수련복 차림으로 3박4일을 누비니 말이다.
야간 프로그램 진행은 또 어떤가 적어도 6명 이상으로 구성된 회사 캄보 밴드의 웅장한 연주…
80년대 초기만 해도 적어도 300명 단위 2개 팀이 수련대회를 했다.
그러니 일주일 기간 이 지역은 축제 분위기가 된다.
아마 다른 피서객들에게 주는 긍정적 이미지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았다.
문제는 여직원들이 기숙문제였다.
초기 이 마을 이장님이나 교장선생님 댁이나 부탁을 해서 민박을 치렀는데, 밤이면 술 취한 동네 청년들의 지극한 관심 때문에 관리에 애를 먹곤했다.
결국 모두 한 곳에 모아 숙박을 하는 것으로 하고 텐트간 경계만 단단히 하는 것으로 최종적으로 입장을 결정했다.
그러고 나니 이번엔 숙소 안의 총각들이 문제.
인원 확인을 해 보면 5~6명 정도의 결원이 꼭 생겼다.
일과 후 빨리 돌아 올 양으로 지역의 식당으로 – 주로 횟집 – 나가곤 했는데, 이 기가 막힌 장소와 시간과 인연을 그리 쉽게 끝낼 수가 없는 노릇이 아닌가?
저녁 시간 후 인원 확인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단체로 노는 것 보다 오붓한 시간이 더 좋은 사람들이 선택이 아니겠나?
그러나 단체 생활엔 규율이 있기 마련, 당연 수련지 이탈에 대한 문책을 한다.
하계 수련대회는 교육과정으로 진행되는 것인 만큼, 기강이 있어야 하고, 장소가 바닷가일뿐아니라 남녀 사원이 함께 과정을 진행하면서 적절하게 술과 여흥도 제공을 하니까 통제에 애로가 많다. 어쨋든 그 친구들은 진행 텐트로 불려왔고, 사유를 소명함과 아울러 과정 진행상 정한 내규에 따라 시말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남직원들은 모두 본사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서울 지역 연구소 근무 직원들이었다. 아직 신입인지라 시말서의 성격도 잘 모르는 듯, 한 친구가 고개를 외로꼬고 항의 비슷하게 한 마디 했다. “이런 것이 적극 의지 아닙니까?”
(2008년 어느 날 나이지리아 현장에서의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