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건 올려보내 주셔야지요?
먹을 건 올려 보내 주셔야지요
자본과 경영의 분리가 선진형인지, 오너 경영이 더 선진형인지의 문제는 그 성과를 놓고 볼 때 비교의 가치가 없다. 다만 자본의 과도한 경영간섭은 전문경영인의 운신의 폭을 제한 할 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저해 한다는 측면에서 자본과 경영의 분리가 한층 민주화된 경영형태라는 쪽으로 이론적인 힘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난 97년 야기된 IMF로 한국의 대 기업 그룹들이 정치에 의해 해체되거나 구조조정을 단행하던 시기에 일부 선진 언론에서는 오히려 “재벌 경영’의 이점을 들어 한국의 성급한 구조조정을 우려했었다.
이제는 산업평화의 모델로 자리잡은 현대중공업은 한 때 ‘노동운동의 메카’라고 불릴 정도로 과격한 대규모 투쟁 양상의 노동운동의 선봉이었다.
대 노조 정책을 담당한 회사의 관계자는 때론 초 강수로 때론 유화책으로 대응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에서 정책이 결정되곤 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중의 하나가, 현대중공업의 오너가 이 지역의 국회의원 신분으로 있었던 까닭이다. 즉 유권자가 회사의 종업원인 이중적 신분을 가진 까닭에 특히 선거가 있는 해에는 회사의 대 노조의 행보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걸핏하면 윗선을 압박하는 투쟁방법을 동원하여 회사를 상대로 하기보다는 오너를 핍박하는 정책을 마지막 카드로 활용하곤 했다. 당시 ‘부장 나부랭이’ 라는 말이 유행했었는데, 부장 정도는 노동조합의 말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노동조합의 유인물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최근 그 때와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음에도, 염포 소각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요구가 “의원님 먹을 것은 올려 보내 주셔야지요.’ 라고 한다니 연의 끈이 참 질기다는 생각이다. 비록 지역은 떠나 있지만 미래의 지도자로 지목되고 있는 저명인사이고 보면, 정치적 행보에 지장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발생되고 나면 세인의 이목을 우려해서 선뜻 강력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 일은 어떤 방법으로 든 해법을 찾기는 찾을 테고, 지역의 노동 운동사에는 기념할 만한 사건 기록으로 남을 터이다.
문제는 우리가 노사는 ‘관리의 대상’이 아니고 ‘관계’라고 하는 원칙적인 개념에 소홀 한 것이다. 노사문제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갈등이 집단화 된 형태이다. 그러니 노사관계의 출발점은 인사관리 또는 인사정책이라고 할 수가 있다. 살펴보면 인사관리는 회사의 대 종업원에 대한 갈등관리에 다름이 아니다. 이러한 갈등 요소를 간과하고, 종업원의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거나, 충성심을 요구하는 것은 넌센스다.
이름을 대면 알만한 창업자들의 종업원 관은 ‘관심’과 ‘깜짝 경영’ 그리고 ‘감동 경영’이라고 볼 수 있는 일화들이 있다. 오늘날 전문 경영인들이 배워야 할 것은 창업자의 ‘배짱’이다. 월급쟁이로 전락해서는 항상 시계가 불투명한 황사 속에서 나침반만 들여다 보고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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