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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 그리고 생육신 제위!

날우 2014. 3. 28. 14:06

斗星! 그리고 생육신 諸位!

 

한 때 피를 토하듯 “진정한 북극을 찾아라’ 는 화두를 들고,

회사의 미래 비전을 세우기 위한 자료를 정비하면서 즐거워 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만 해도 손만 벋으면 무한히 잡힐 것 같은 가능성의 줄기 들이 여기 저기 있었고…

 

어느 날 ‘진정한 북극’은 몽상가들의 부질 없는 말장난일 뿐 불과 3년도 내다볼 수 없는

경영환경에서 미래 10년을 바라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호된 질타에 모든 가능성의

소중한 폴더는 조용히 덮였고, 영랑의 모란은 그렇게 뚝뚝 떨어져 가고 말았습니다.

 

그 시절 주역들의 실체가 혹은 아직도 있고, 혹은 이미 없는데,  ‘진정한 북극’의 화두를 놓지 못하고 있는 깨우침 더딘 중생의 한탄이 더 안스럽습니다.

 

왜 매사는 나의 주장 중 일부가 가미되거나, 또는 그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 하는 건지…

아직도 젊은 처자를 등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번민하는 수행 승의 유치가 나를 괴롭힙니다.

 

“벗자, 벗자”고 자신을 재우칠수록 오히려 모순의 덩어리는 코 끝에 간신히 남아 있는

마지막 숨까지 거두려는 듯 깊은 못으로 몸을 끌어당겨 내려 앉히려 합니다.

벌써 오래 전에 발버둥이 무용이고, 허우적임이 역부족인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아직도 뭔가 잡을

연의 끈을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자아가 언뜻 언뜻 거울에 비쳐 스스로를 괴롭힙니다.

 

일찍이 서산대사는 입적송을 통해 ‘죽음’ 으로 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었음이 큰 부러움으로 다가오는 아침입니다.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살아 있는 게 무언가 ?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 못 가지고 가는 법이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서산대사가 입적하시면서 남긴 말씀을 詩碑로 옮긴 모양입니다.

 

2008 12 13일 동편 하늘의 아침놀이 발갛게 고운 나이지리아의 아침을

 아둔함 떨치지 못한 나루 부끄러움으로 엽니다.

 

 

 

드디어 도인의 문턱에 들어온 나루를 환영하며,

 

 

우리가 몽상가들의 말장난에 놀아 난것이 아니고,

 

그 당시 우리가 고수가 못 되었던 것이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데..

 

생사 일여, 적멸일여.. 이런 화두가 그땐 그저 말장난에 불과 했지 !

 

 

무소유, 모든 것을 놓고, 벗고, 내려 놓으니,

 

그땐 내가 원해서 된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무소유로 돌아 앉으니,

 

처음엔 탄식, 두려움, 떨림, 쪽팔림, 걱정 등으로 앞이 보이질 않았지..

 

점차 거품이 사라지고,

 

환상, 가식, 온갖 겉치레, 허울, 관습의 테두리 등

 

본래의 나 아닌 것은 서서히 사라져갔지.

 

 

번민, 혼돈의 시대가 가고,

 

내가 누구며,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건가 ?

 

참 나를 발견하는 깨달음으로,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고 스러짐과 같이

 

오고 감이 자유로운

 

대자유를 위해

 

오늘도 이순간을 느끼고 있다네 !

 

 

이제 모든 무거운 짐 내려 놓으시게나, 그러면 보일 것이니.....

 

 

2008. 12. 19. 아직도 부족하고 배고픈   斗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