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세상

입춘 바깥 - 김수우

날우 2010. 2. 28. 19:46

                         입춘 바깥
 


                                               - 김수우

 

 

 

  촛불 세 개를 켜둔 채 그 방을 나옵니다

 

  책과 화병과 창문을 위해

  낡은 액자와 오래된 시계, 목각인형을 위해

 

  잠시면 촛불은 사그라들테지요

  세 개 촛불이 밝히던 동무

  고요와 기다림은 따뜻하게 가라앉겠군요


  내 죽음도 그렇게

  촛불을 켜두고 방을 비우는 일

 

  빈 자리에

  따뜻한 빛이 나보다 조금 더 남아있기를

  그 방이 당신이며 곧 나이기를

 

  하여 방은 사람을 닮아갑니다

  하여 방은 키가 자랍니다

 

  안도 바깥도 한 그루 산수유로 환합니다


 

 

 

 

 

 

 

웹진 『시인광장』 2010년 봄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