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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더 갈 기억

날우 2014. 3. 26. 15:52

한참을 더 갈 기억

 

1994. 10. 27

 

7년 전에도 나는 아빠였다.

오늘도 그 아이의 아빠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직함을 그렇게 받았고, 변화에 너무 당연스럽게 길 들여져 갔지만, 내 아이에 있어 나는 처음부터 아빠였다.

물론 엄마가 있음으로 인한 실체적인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를 형성시킬 수 있었지만.

 

바람이 많이 불던 날. 연을 날리던 생각이 난다.

나름대로 가진 멋을 부려서 연을 만들어 보았는데, 뭔 이유인지 연이 날기를 거부한다.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 실을 잘 못 묶었든지, 중심을 잘 못 잡았든지.

근데 아이는 그게 아니다. 날다 곤두박질 치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신기했던 모양이다.

자꾸 연을 건네 주기를 졸랐다. 제 혼자 해보겠다고...

지금 제대로 되지 않으니 손봐서 주겠노라는 설득은 이미 아이의 생각 영역 밖의 소리.

타이름과 조름의 가운데는 타협의 여지가 별로 없다.

 

어른은 짜증스러웠고, 아이는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추위에 노출된 작은 볼에 물리적 충격이 주어졌다.

울지도 못하고 망연히 바라보던 깨끗해서 슬픈 눈이 오늘 왜 이렇게 가슴 누르며 다가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