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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기억

날우 2014. 3. 26. 15:44

낡은 기억

 

1994. 9.15

5월 4일의 낡은 기억을 옮겨 적는다.

눈을 뜨고 있음은 살아있거나 깨어 있음이다.

활동하고, 보아야 한다.

죽지 못해 살고 있어서도 안될 것이고, 자지 못해 뜨고 있어도 안될 것이다.

세상이 설령 그렇게 하라고 해도...

 

어떤 심리학자가 벼룩을 훈련시켜 명령을 내리면 뛰어 오르도록 했다.

벼룩이 명령을 이해한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위해서 학자는 이 벼룩을 탁자 위에 얹어 놓고 “뛰어”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벼룩은 펄쩍 뛰어 올랐다.

다음에 학자는 벼룩에게 외과수술을 하고는 다리를 하나 절제한 다음 다시 “뛰어”라고 소리쳤다. 그래도 벼룩은 정확히 뛰어 올랐다.

다시 실험을 거듭하여 학자는 마침내 벼룩의 다리를 모두 절제하고 “뛰어”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마침내 벼룩은 꼼짝하지 않았다.

이 실험 심리학자는 귀납적 추론을 도출하여 그의 연구일지에 ‘벼룩은 다리를 전부 절제하면 귀가 들리지 않는다’ 라고 기록하였다.

 

몇 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내 소중한 기억들이 살아 있다면 다시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가끔씩 잡상(雜想)을 끄적거린다.

영향은 아마 김동길 교수의 수필에서 받은 것 같다.

엊그제 쓴 커피가 한잔 생각나서 몇 줄 써본 것은 굵직한 남자의 선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감상적인 발로였고, 참으로 많은 말들을 듣고 싶던 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스쳐 지나가 버릴 글 속에서 연(緣)을 찾으려는 동심(童心)스러움이 때론 괜찮아 보이기도 하지만,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철없는 소년도 가끔 발견이 된다.

극(極)의 중앙에 배치된 인간사고(人間思考)의 한계에도 답답함이 있다고 하는데...

생활자(生活者)의 고뇌가 어찌 없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