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방/와은의 방

별이 되는 꿈

날우 2014. 2. 4. 23:32

그런 일이 있었네요.

 

우리가 불타는 갑판의 처절한 결심을 어려운 시절의 화두로 삼았던  시절이 하마 90년대 중 후반이 아니었겠나 싶네요.

되돌아 보면 이미 상당한 기간이 흘렀다는 얘기가 되고…

 

당시 불타는 갑판은 CA TV를 통해 방영도 됐었지요.

그때만해도 변화와 혁신의 당위는 2000년이라는 세월의 마디가 주는 의미로 인해 아직 정체는 알 수 없지만 뭔가 큰 선물 보따리를 어깨 짐으로 메고 올 먼데서 오실 흰 옷 입은 손님 같은 존재였을지 모르겠습니다.

 

와은이 못내 아쉬워하는 헤어짐의 주인공 구본형 선생은 그 당시 그 화두를 실천적 언어로 제시했던 혁신계의 선각자셨지요.

관련 업무에 종사를 하면서도 정작 그 분의 좋은 글을 직접 보면서 느낌을 같이 하지는 못했었지만 가끔 전해 주는 메시지를 통해 막연한 느낌을 공유할 수 있었던 그런 분이셨네요.

 

미처 읽지 못했다는 ‘온천장에서 보내 온 글’에 의하면 이미 건강 상태가 상당히 안 좋으셨던 모양입니다.

부음을 전하는 이가 선택한 단어 ‘召天’ 은 하나님께서 불러서 가셨음을 의미 함이니 아마 지난 토요일 1주기를 맞은 양교수님 같이 뛰어나신 분이시겠지요.

 

우린 그 때마다 아쉬움으로 현상을 보고, 느낌을 갖습니다.

그 느낌의 덩어리는 아쉬움, 또는 서러움, 안타까움 등 으로 표현됩니다만, 정작 우릴 슬프게 하는 것은 ‘단절의 아픔’ 입니다.

다시 반복할 수 없는 관계의 단절이지요.

 

스승님!

꽃과 바람을 좋아하시더니

바람 불고 꽃피는 봄에 홀연히 가시는 군요.

 

아마 제자이신 모양인데, 그 분은 그래서

 

별이 되는 꿈을 노래하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라는 말로 고인을 보내 드리고 있네요.

 

와은의 마음같이 큰 슬픔이나 허전함으로 와 닿지 않는 것은 스쳐 지나가듯 아직은 관계랄 것도 없는

기회조차 없었던 분이셨기 때문이겠습니다.

그러나 같은 마음으로 명복을 빕니다.

 

그분의 글 줄을 통해 아주 작으나마 한 때 느낌을 공유했던 인연을 귀히 여기면서 말입니다.

 

 

김유인.

 별이 되는

 

이 글을 진심으로 전할 만한 분들이 몇 분 밖에 생각나질 않네요.

모든 것은 유한하고 그 유한함의 끝은 항상 오나 봅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에는 저의 롤 모델이기도 했던 분의 1주기 추모회에 다녀왔습니다.

장례때 어느 노 교수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양교수는 너무 뛰어난 사람이라 하느님이 그 능력을 쓰려고 먼저 데리고 가셨어..

 

구본형 선생도 그러한 가요..?

아니면 그가 언급했던 불타는 시추선에서 바다에 떨어지는,

그리하여 유일한 생존자가 된 어느 사람의 용기를 실천한 것인가요..?

한번 얼굴을 보고 소줏잔을 건넨 것 만으로 행운과 영광으로 삼아야 할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수목

 

 

별이 되는 꿈

 

“어려운 때는 사는 것 만으로도 훌륭한 투쟁이 됩니다.

어둠이 자신을 빛내게 하세요.

- 구본형, 변화경영 시인 -

 

구본형 스승님께서 소천하셨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알고 계신 분도 있을 것이고, 편지를 받고 알게 되신 분도 있을 것입니다. 스승님께서 2013 413() 오후 7 50분경 별세하셨고,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고 일요일에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스승님의 투병을 응원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만들었던 즐거운 사진과 유쾌한 영상이 조문객실에서 상영되는 가운데, 빈소에서는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는 많은 분들의 눈물이 서로에게 스며들었습니다.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에 장례일정과 선생님을 추모하는 게시판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선생님의 책에서 읽었던 좋은 글들, 함께 하셨던 일화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 평안과 안식을 기원하는 덧글을 남겨 주시면 ‘추모행사’ 시에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개인적으로 소중히 여기는 글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스승님께서 변화경영연구소 홈페이지 어딘가에 올린 글 중 일부를, 노트에 옮겨 적었던 내용입니다. 고민 게시판에 누군가 올렸던 ‘현실이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내용’에 대한 답글로 기억합니다.

 

 

언젠가 별이 되는 꿈을 가지세요.

언젠가 이 어둠 때문에 더욱 빛나게 되는 자신을 그리도록 하세요.

 

가난이 만드는 대로 가지 말고,

가난을 통해 배우세요.

비전이 없는 곳에서 자신의 빛을 찾으세요.

 

자신이라는 퍼즐을 푸세요.

자신의 강점을 찾아내고 그것에 집중하세요.

 

자신을 찾아내는 것이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라는 것을 명심하고

늘 스스로에게 질문하세요.

 

그건 시 같기도 하고 부드러운 권유 같기도 하고, 커다란 함성 같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말이 좋았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어려운 때는 사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투쟁이 됩니다.

어둠이 자신을 빛내게 하세요..

 

2010년 연구원이 되기 위한 3차면접 여행에서

‘연구원이 되면 동기들을 위해 어떤 공헌을 하겠느냐?’ 고 물으셨을 때,

저는 ‘노래하고, 기도하고, 사랑하겠다’ 고 대답했습니다.

(그때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대답이 너무 상투적이군요.)

 

어쨌든 노래는 열심히 했습니다. 미사 중에 기도도 조금했고, 사랑도 조금 흉내냈지만, 수업 때마다 기타를 가지고 가서, 노래는 하루종일 주구장창 불러댔습니다. 사부님이 제게 보내신 마지막 문자도, ‘강연회 때 와서 노래 해 달라’ 는 내용이었으니 말입니다.

이제, 마지막 가시는 길에 노래를 불러달라 하시니, 또 준비하겠습니다.  

 

스승님!

꽃과 바람을 좋아하시더니

바람 불고 꽃피는 봄에 홀연히 가시는 군요.

 

편안히 가십시오.

별이 되는 꿈을 노래하고,

기도하고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

 

나는 내 마지막 날을 매우 유쾌하게 상상한다.

나는 그날이 축제이기를 바란다. 가장 유쾌하고 가장 시적이고 가장 많은 음악이 흐르고 내일을 위한 아무 걱정도 없는 축제를 떠올린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은 단명한 것들이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그래서 그럴 것이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다 피워내는 몰입, 그리고 이내 사라지는 안타까움, 삶의 일회성이야말로 우리를 빛나게 한다.

 

언젠가 나는 내 명함에 '변화경영의 시인' 이라고 적어두려고 한다.

언제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 이름은 내 묘비명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내 삶이 무수한 공명과 울림을 가진 한 편의 시이기를 바란다.

 

- 구본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