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방/나루의 방

용의 해에서 바라보는 뱀의 해

날우 2014. 2. 4. 22:35

새벽녘에 꾸는 꿈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었나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습니다.

 

꿈에 대한 어느 기록에 의하면 사람들은 매일 잠을 자면서 꿈은 꾸지만 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잠이 깨어서도 기억에 남아있는 꿈은 새벽녘에 꾸는 꿈이라고…?

그런데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 것은 더듬어보면 반복적으로 꾸는 꿈이 있다는 것이고, 그 꿈은 깨고 나도 기억에 남아 있더라는 것이지요.

꿈 얘기를 하고자 한 건 아닌데, 간 밤 혹은 새벽? 아직까지 갑갑함으로 남아있는 꿈 때문입니다.

해몽이 필요할 정도의 꿈이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마 한 해를 보내고 다시 한 해를 맞아야 하는 소회에서 비롯된 꿈이라고 생각되고, 그 배경은 해외 현장을 드나들다 보니 그 경험 역에 머물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딘가를 급히 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준비는 많이 부족했고, 비행기를 타고 직항으로 가는 방법도 있었고, 중간에 내려서 차량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음에도 그 조차 결정을 하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꿈 속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을 경험하셨을 것으로 압니다.

아마 중간 기착지에서 내릴 결정을 했던 양으로 속절없이 내려서는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나 이내 기겁을 해서 다시 내렸습니다. 비행기 안에 모바일 폰을 두고 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거지요.

지금 가고자 하는 곳은 전화를 연결해서 안내를 받지 않으면 갈 수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허겁지겁 되돌아가서는 예쁘게 생긴 여 승무원을 만나 부탁을 했습니다.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좌석에 모바일 폰을 놓고 내렸다. 좌석 번호는 40-A석이다.” 여승무원은 잘 알겠다고 총총 안으로 사라졌고, 그때부터 또 고민이 생겼습니다.

“아 이 승무원이 혹 좌석번호를 48번으로 들은 것은 아닐까?

좌석번호 40A를 영어로 발음해 보시면 꿈 속의 고민을 아실 겁니다.

모바일 폰은 무사히 찾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행선으로 이어 간 것은 기억이 없습니다.

 

개꿈으로 오늘의 얘기를 여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위에서 잠깐 말씀 드렸듯이 꿈이라는 것은 이루지 못한 아쉬움에 대한 절절한 후회의 재현일 수도있고, 이루고자 하는 꿈의 가상적 실현일수가 있겠습니다.

전 어딘가 급히 가야 했습니다. ‘급히’ 라기보다는 ‘꼭’ 이었겠습니다. 그러나 어딘지는 정확히 알지를 못했고, 막연한 언질만 있은 채 긴 대기 상태로 들어간 것이 현실이겠습니다. ‘내년 초에는 어떤 결정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는 바람이고요. 아마 잠들기 전 뒤척이면서 그런 생각 끝에 잠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게 꿈으로 이어진 것이겠지요.

 

요즘 김미경이란 분이 TV 인기 강사 중 한 분이란 것을 가장 최근에 알았습니다. 제 아내도 그 분을 잘 알고 있었고, 젊은이들에게는 폭발적인 인기가 있는 강사라고 하데요. 엊그제 그 분의 강연 부제가 ‘꿈’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듣진 못했고 거의 끝 부분을 들었는데, 공감이 갔습니다.

“제가 가끔 갑갑한 장면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꿈을 가지라는 제 강연을 듣고는 직장을 때려 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리고는 사업을 하네 뭘 하네 하다가 폭싹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여러분 꿈은 여기를 떠나서 멀리 가서 찾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 주변에서 꿈을 찾아야 합니다. 내가 오늘 하고 있는 일을 통해서도 꿈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 일이 더 재미있고, 잘 하게 되고…”

 

100%의 공감은 아니었습니다만, 많은 부분 공감을 했습니다. 그 분의 강연대상은 어차피 청년층이니, 황혼 녘에 생각하는 여명의 어슴프레함은 다만 기억이 아니겠나요?

 

그러나 이건 어떤가요? 올해가 ‘용의 해’. 난리가 났지요? 여의주를 입에 물고 구름과 비를 자유자재로 부리면서 인간의 길과 흉을 주무를 수 있는 신통술을 가진 상상의 동물. 컸습니다. 엄청 컸습니다. 게다가 올핸 북방을 관장하는 흑룡의 해라고 해서 더욱 무게감이 있는 용의 해라고 했었습니다.

각 계층의 기대가 있었겠지요. 세계 경제가 잘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부터 시작해서 개인의 자잘한 소망도 이루고 싶은… 그런 기대들과 소망이 연초엔 빽빽하지 않았겠나요?

 

지난 대선에 실패한 문재인 전후보가 최근 한진중공업 노조 조직차장의 자살과 현대중공업 하청노조원의 자살 소식에 ‘죄송스럽다.’ 는 표현을 했던데요.

이 분들의 자살 동기가 ‘이번 정권 교체에 실패했으니 앞으로 5년은 더 갑갑할 것이다.’라고 했던 부분에서 책임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너무 단계를 뛰어 내려와서 정리를 하려고 합니다.

혹 꿈이 너무 커서 한 해를 마감하는 입장이 후회스러움으로 가득 차게 된 것은 아닐까요?

혹 내 시야가 미칠 수 없는 곳에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꿈을 그리다가 미처 도달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 실망스러워하는 것은 아닐까요?

혹 올해가 용의 해라서 그에 걸 맞는 원대함만으로 구도를 잡아 너무 넓은 많은 여백을 미처 처리하지 못해 그것이 공허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요?

 

내년은 뱀의 해라는데, 지체로 보아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홥니다.

아마 또 많은 얘기들로 뱀 얘기가 나오겠습니다.

 

12지의 배열에 어떤 우주 운행이나 인간의 길흉화복과 관련된 일련의 원칙 같은 것들이 혹시 있을 라나요?

, , , 토끼, , , , , 원숭이, , , 돼지.

크기 순으로는 아주 작고 교활한 놈, 덩치는 큰데 순한 놈, 그 큰 놈도 무서워 하는 놈, 그 놈과 비슷하게 다투는 놈, 닮았는데 땅을 기는 놈,

엄청 잘 뛰는 놈, 별로 못 뛰고 좀 둔한 놈, 흉내나 내는 놈, 새벽을 알리는 놈(유일한 조류), 그 놈을 쫓는 놈, 미련한 놈.

어떤 주기성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분명 선조들의 삶의 방식이나 지혜 같은 것이 녹아 있음직하지 않습니까?

 

사실은 이 말로 맺고 싶어서요.

 

올 초 용의 기상으로 큰 그림들을 그렸다가 미쳐 맺지 못해 후회스러움들이 많았을 양이면,

가장 낮은 곳으로 나를 낮추고 올 한 해를 되돌아 보면서 가장 가까운 곳, 결코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남들에겐 하찮을지 몰라도 내게 가장 소중한 것

이런 것들을 빼곡히 정리해서 내년 낮게 임하는 뱀의 해에 이룰 나의 꿈 목록으로 정리하는 것을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용의 해에서 바라보는 뱀의 해가 절망스럽지만은 않은 이유겠습니다.

 

2012. 12. 27. 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