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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긴 계절이 좋아지고 있지요?

날우 2014. 1. 9. 13:07

좋다고 해 본들 객지고 보이는 건 황량 그 자체일 현장 일테지요만, 계절은 괜찮게 가고 있는 거지요?

제가 쿠웨이트 처음 부임하면서 놀랐던 게 사막 곳곳에 들어선 천막들이었는데, 지금이 거의 그 계절이네요. 그 후 몇 달 있다가 온 들을 뒤 덮은 고운 꽃에 반해서 짬 날 때마다 작은 종이컵에 꽃을 옮겨 심어보곤 했는데 다 죽더이다.

놈들 사막의 생명이라 질길 줄 알았더니 웬걸요.

까다롭기 그지 없는 녀석들이었어요.

한국은 제법 초 겨울 날씨답습니다.

뭐 불과 어제 오늘 일이지만 변화가 느껴질 정돕니다.

건강하시지요?

어떤 날은 – 너무 무료해지면 – 현장 생활이 그리울 때가 있어요.

잠시 다른 생각 할 겨를 없이 지나가는 하루 생활이 덧없을 때도 있지요만, 나이 들면서는 이리 저리 생각할 것이 많을 때 보단 몸으로 움직이면서 사는 것이 정신 건강엔 훨씬 좋다는 생각입니다.

이젠 그간 내 생활의 기반이었고, 젊은 시절 꿈과 희망을 주었던, 그리고 자랑스러웠던 직장 생활을 잘 마무리 하고 싶은 그런 시기를 맞았는데, 일들이 쉽게 진행되는 것만도 아니어서 갑갑함이 더 큽니다.

뭔 말일지야 쉬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조만간 얼굴 한번 뵙고 많은 얘기 나눴으면 하네요.

계획 같진 않아도 뭔가의 시도가 의미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러려니 천상 계신 분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퇴근 시간이네요.

나보다 더 갑갑한 분이 계셔서 퇴근 후 봤으면 하기에 소주 한잔 하기로 했습니다.

가야 할 사람들에게 가을 지난 초겨울은 장난 아닌 계절이지요.

수고하세요. 12월 초쯤 시간 내서 얼굴 봅시다.

김유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