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세상
서정시 다운 서정시
날우
2013. 10. 26. 13:58
추석 연휴는 다 잘들 보내신 걸로 알고요.
추석을 전후해서 어떻게 느낌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나요?
하늘에 낮은 구름이 끼어있는 것만 빼면 제대로 가을입니다. 작년 본사 복귀 후 긴 휴가 끝에 원 소속 부서를 바꾸어서 플랜트 운영지원부로 출근을 하던 그때,
발 밑에 툭 툭 터져 구르던 노란 열매들이 많았습니다. 제법 긴 도로 전체를 ‘구리다’고 표현해야 하는 냄새를 진동시키면서 말입니다.
오늘 출근 길에 놈들이 다시 밟힙니다. 예전의 그 냄새를 다시 풍기면서 말이지요.
인생이 어쩌고 떠들어봐도, 세월은 언제부턴가 인생의 손목을 잡고 있었어요. 그래 이렇듯 제 중심으로 인생을 끌고 갑니다.
‘사일 못’이 어딘지 찾는 것은 남성아우 몫으로 하고, 좋은 시로 추석 연후 끝 아침을 맞아 보심이 어떠실른지?
글쎄요 주소만 옮기면, 나도 벌거벗고 물고기로 살 수 있을지…,
모처럼 만난 깔끔한 십니다.
사일 못/ 서하
들고 다닐 수 없는 못물이 거기 있어
내 마음 들고 내가 가네
물의 낯바닥 간지르는 햇살과 늙은 산은
일부러 흘림체로 누운 채
발 담그고 살고 있네
사람들이 흩어져 살 때
갈대꽃처럼 모여 사는 게 아름답다고
못물은 모인 만큼 젖어 있네
모난 데 하나 없는 저 고요
바람은 잘게 부서져 쌓이고
햇살은 물속 뒤지다가 그냥 가네
못물 움켜잡은 둑에 앉아 생각하네
잔물결처럼 그렁그렁한 내 마음도
낮은 산들 벌거벗고 사는 이곳 주소 옮기면
저 물고기로 살 수 있을까
- 시집『아주 작은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