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세상

옛날 생각나게 하는 시 한편

날우 2013. 10. 26. 13:53

정확하게는 어제 새벽(일요일), 작은 아들아이가 모처럼 나들이를 했습니다. 알레르기에 몸살기가 겹쳐 마스크 잠들었다 푸스스 깨어 맞는 아버지더러아이고 우리 아버지 심하게 알레르기 하시네. 마스크까지 하시고 주무셔야 정도예요?” 하며 들어서는데, 감내가 후욱 끼칩니다. 그렇겠지요. 시간인데 울산 와서 친구들이랑 한잔 걸치고 들어오는 길이겠지요.

그저 그렇게 체만 하곤얼른 자라.” 한번 뒤채곤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후로도 엄마랑 한동안을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피곤함과 몸살기가 다시 잠으로 몰고 갔지요.

다음날 점심 먹고 외출했다가 늦은 들어온 녀석이 이번엔 아비를 붙잡고 다리를 주무르는 애교를 떨더니 한마디 합니다. “아버지 미안해요. 나이 되도록 독립을 못해서, 내년부턴 조건이 좋아진다고 하니 한해만 봐주세요.”

언제 한번 눈치 한적 없는데 뜬금없이 소릴 하네요.

녀석이 늦은 공부 그도 전과를 해서 하느라고 힘이 들겠다고만 생각했는데, 대가리 굵으면서 부모에게도 느껴지는 미안함 속에 날들을 보냈던 모양입니다.

한참도 전에 녀석을 데리고 대구 막창 집에 가서 소주 한잔 하던 생각이 났습니다.

녀석은 구워진 막창을 번을 잘라 얹고 있었습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한꺼번에 크게 먹으면 헤프니까 아주 잘게 잘라 놓고, 소주 한잔에 안주 룰로 소주를 마신다고요…, 친구들과는

 “그러지 말고 아빠 잘라 놓은 대로 먹어.”

그날 자리가 파하면서 소리가 유독 선명하게 생각나면서 마음이 아려지는 가을 아침입니다.

 “오늘 막창은 진짜 실컷 먹었네.”

아들의


똥이 더러운 아니란
너를 키우면서 알았다
가까이 냄새를 맡고 만지고
색깔을 보고 닦아주면서
예쁘다고 잘했다고 엉덩이 두드려 주면서도
어쩌면 그땐 냄새도 나지 않았을까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마음
너를 키우면서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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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영의 시집《뿌리 끝이 아픈 느티나무》에 실린
시〈아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