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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시집갑니다.
날우
2009. 12. 24. 13:58
동녘 하늘이 훤하고 구름 사이로 고운 햇살이 여명의 그것처럼 발그레 한데.
한 며칠 질척이다가 겨우 말라서 디딜만 한 길을 다시 적셔대고 있습니다. 그렇잖아도 흙뭍은 바지가랑이 마른 흙 털어내기도 번잡한데...
또 질척여야 할 모양입니다.
개인의 취향도 상위의 목표라든가 하는 개념으로 들어가면 좀 양보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사실 고국에서 이 처럼 고운 비가 오면, 이 시간 쯤엔 보고 싶은 사람들을 꼽게 되지요.
그리곤 가까운 곳 부터 지도를 훑어 나가게 됩니다.
'시골장터', '대지 웃는 날', '동막골', '생생 생선구이', '속초 빈대떡', '정담터', '뿌리 깊은 나무'...
오늘은 그래도 참았으면 싶은 날인데...
어서 비가 그쳐줘야 첫 콘크리트를 부을텐데...
동녘 하늘 환한데,
살짝 눈꼬리 흘리며, 여우 시집갑니다.